특정후보 지지선언 종용 등<br /> 한국당 직위이용 갑질 논란<br />“국회의원 충성도가 좌우해”<br /> 지역 광역·기초의원들 한숨<br />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공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달 19일 대구지역의 A국회의원 사무실에는 해당 지역에서 광역·기초의원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기초단체장 경선에 나선 B후보의 지지선언을 할 것을 종용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국회의원 측은 “당일 모임은 지역 당협 사무국장의 주선으로 모인 것”이라며 “지지선언 종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후보의 상대 후보는 “공천을 받은 광역과 기초의원 후보들이 일개 사무국장의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모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지난 2월에도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 밤 늦은 시간에 지역의 광역 및 기초의원들을 소집했다.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홍준표 대표에 대한 지지선언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음 날 홍 대표는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유한국당 경북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놓고도 ‘갑질’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 경북도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3명 중 1번 후보자로 유력한 C씨가 김석기 도당위원장의 조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비례대표 후보의 선발 시, 강석호 공천관리위원장이 3명의 후보를 추천하라고 했음에도 2명만 추천했다가 부랴부랴 한 명을 더 추가하기도 했다”면서 “특정인을 비례대표 1번을 주기 위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김석기 의원 측은 “(조카라는 이야기는)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면서 “지난 선거에서도 보았듯이, 경주는 선거철만 되면 거짓 유언비어가 난무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지역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홍 대표는 올해 초 대구경북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자천했다. 홍 대표는 “정치의 막바지를 대구에서 해보고 싶었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면서 “대구와 경북에 앉아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위원장에 선임된 이후 대구경북발전위원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 북구을 당협 행사에도 한차례 방문한 적이 없다. 지방선거 공천마저도 인근 지역구의 정태옥 의원에게 맡기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홍 대표가 대구와 경북의 좌장을 맡겠다고 해서 많은 지역 인사들이 홍 대표만 바라보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인사들이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협위원장에 대한 ‘충성’이 공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대구 달서을 광역의원 공천에서는 지난 2014년 여성 우대로 기초의원 전략공천을 받았던 후보가 또다시 광역의원으로 전략추천됐다.
자유한국당이 연이은 비례대표 후보 발탁을 지양하고, 비례대표 당선자의 험지 출마를 명시하고 있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는 “당 충성도보다는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공천의 기준”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로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을 맡은 강효상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강 의원의 고교 동문회 측에서 ‘누구는 이번 공천에서 배제하고 국회의원에게 충성할 인사를 대신 보내야 한다’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며 유력했던 광역의원 후보자가 탈락하자 소동이 빚어졌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사심 공천 등이 공론화되면서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면서 “20년 전의 공천이 ‘헌금공천’이었다면, 올해의 공천은 ‘갑질공천’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