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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 맡긴 50억 다른 사람이 빼 가

김락현기자
등록일 2018-05-03 22:05 게재일 2018-05-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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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산동농협 장천지점서 불법으로 지급보증서 발급<br />부동산 개발업체서 거액 유치한 후 개인에게 수표 발행 <br />경찰, 인출자·농협 관계자 관련 여부 등 집중 수사 <br />

농협에 예탁한 50억원을 다른 사람이 빼내 간 황당한 사건이 발생해 농협의 허술한 금융 관리·감독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2일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인 D사는 두 달여 전 “지급보증서를 발급해 주겠다”는 말만 믿고 구미 산동농협 장천지점에 투자금 50억원을 맡겼는데 다른 사람이 이 돈을 모두 인출해 갔다. D사는 지난 2월 21일 20억원, 다음날 30억원을 산동농협 장천지점에 각각 예탁한 후 수표를 장천지점에 맡겨두고 60일 후에 돈을 되찾는다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았다.

그런데 돈을 맡긴 날 윤모씨가 곧바로 20억원과 30억원으로 나눠 50억원을 모두 인출했다.

20억원은 5억원짜리 수표 3장·1억원짜리 수표 3장·현금 2억원으로, 30억원은 수표 1장으로 받은 뒤 다른 지역농협에서 돈을 빼내 갔다.

당초 지급보증서에는 ‘타인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이 있었는데도 산동농협 장천지점장이 윤씨에게 수표를 모두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지급 만기일이 지난 뒤에서야 드러났다. D사가 지급 만기 60일이 지나간 지난달 20일 장천지점에 찾아가 지급보증서를 제출했으나 돈은 이미 전액 인출된 상태였다. D사는 곧바로 장천지점장과 감사 등을 경찰에 고소하고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보관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농협경북본부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지급보증서를 발급할 수 없는데 장천지점장이 금융기관에서 사용하지 않는 양식을 임의로 만들어 보증서를 발급했다”면서도 “보증서는 일반 금융거래에서 사용할 수 없음에도 D사가 이를 받아간 점에서 정상적인 금융거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돈을 빼내 간 윤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하고 산동농협 장천지점장과 감사를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하지만, 윤씨가 인출한 돈 상당액이 이미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농협과 D사 간 책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금융사건”이라며 “윤씨와 농협 관계자 관련 여부와 인출된 돈의 흐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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