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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안, 필요한가?

등록일 2018-08-16 21:21 게재일 2018-08-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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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

또 수능 개편안인가? 해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수능 개편안은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대학의 입시정책은 매년 바뀌어 왔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부 장관이 바뀌면, 대학 입시정책을 바꿔 한 건 하겠다는 생각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만 골탕을 먹어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2022년 입시정책의 영향을 받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나 학부모, 선생님의 혼돈은 극을 달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이 이달 17일 공개된다고 한다. 대강의 내용은 알려져 있다.

왜 개편안을 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때가 되면 바뀌는 수능과 대학입시 정책, 차라리 교육부를 없애라는 소리는 이번에도 더욱 세질 전망이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에 대입 개편 권고안을 송부했고, 이에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결과를 존중할 것”만 밝히고 있다. 작년 8월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해달라며 요청했고,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더니 시민참여단에 맡기는 이상한 일을 했다.

원전 정책을 시민참여단에 맡겨서 많은 혹평을 들었지만, 또 이번에도 비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에 맡겼고, 결국 그 결론은 알맹이가 없다는 평이다. 심지어 서로 상충되는 두 개의 선택에 ○표를 친 시민참여단의 시민도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이다.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권고안은 수능위주 전형 확대, 수능 절대평가 일부 도입,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대학 자율 활용 등으로 요약된다. 이 중 수능 전형의 경우 명확한 비율을 확정하지 않았다. 국가교육회의는 권고안을 내놓을 뿐, 권한은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수능 개편안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할 뿐이다. 그동안 수시모집 확대를 강요하여 많은 대학들이 수시모집 위주로 편성되는 상황에서 다시 수능위주의 정시모집 확대는 대학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절대평가의 도입은 결국 변별력을 위한 대학별고사의 필요성 속에 대학들은 면접 등을 시험수준으로 강화하려 할 것이다.

국가교육회의에서도 결정하지 못한 대입 수능위주 전형 비율 확대의 경우 대학가에서는 불편한 시선을, 학계에서는 수능 수학·과학 영역에서 일부 과목이 제외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할 정도다. 도대체 왜 수능개편안, 대입개편안을 매년 교육부는 들고 나오는가? 그냥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시장원리에 맡기라는 소리가 나온게 어제 오늘이 아니다.

과거 80년대 초 교복폐지, 통행금지 폐지 시에도 수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문제없이 시행되었고 오히려 교복폐지 후 다시 교복을 입는 학교들이 늘어났다.

한국에서는 똑같은 과정을 겪어 대학을 들어간 두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반면, 반대로 미국에서는 똑같지 않은 과정을 겪어 대학을 들어간 두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미국은 왜 노벨상이 300개고 한국은 0인가? 그렇게 수능과 대입정책을 뜯고 고치는데 왜 창의적 교육은 일어나지 않고 교육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입시제도나 대학 선발 방식은 자주 바꿔야 할 제도가 아니다. 입시제도가 한국의 근본적 입시과열과 비창의적 교육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 한국 대입의 문제는 과열된 입시경쟁에서 시작된 것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 수능개편안, 대입개편안 이런 소리는 그만 듣고 싶다. 그냥 대학을 신뢰하고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그런 인내심 있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일시적인 혼란을 너무 염려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율은 결국 최후의 승자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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