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개교 35년을 맞는 포항의 포스텍도 “수도권에 세웠으면 더 좋지 않았는가?”라는 논의가 있은 적이 있다.
그러나 설립 당시 박태준 설립이사장이나 김호길 초대 총장 모두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초일류 대학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길 원했다.
동국대 이사회가 최근 경주캠퍼스 이전을 거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주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도권 등 캠퍼스 이전을 포함한 장기적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학생들은 자체 투표에서 대다수 학생들이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경주 시민들은 캠퍼스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주시는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이전에 반대하며 일체의 논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캠퍼스 생존을 위한 이전 계획을 장기적 관점에서 이전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은 대학 경쟁력을 높여 경주와 함께 지속 발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지역대학(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방대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은 지역의 사랑을 받으며 전국으로 또는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미국의 명문대학 스탠퍼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세운 것은 지역을 사랑한 명문대학의 노력이고 또한 그 실리콘밸리는 그 지역의 자존심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대학 이름을 언급하면 그 타운이나 지역과 연관 시킨다. 카네기멜론과 피츠버그, 보스턴과 하버드와 MIT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세계적인 대학이지만 그 지역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1994년 포스텍이 최고경영자과정(PAMTIP)을 만들 때 반대가 꽤 심했다. 연구중심대학이 그러한 대중적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코드가 맞느냐는 논쟁이었다. 그러나 세계적 공과대학 MIT는 최고경영자 과정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그러한 과정들이 오히려 지역을 사랑하고 공헌하는 대학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졸업 퍼레이드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이 위치한 대구 달성군 중고교 졸업생들과 재학생, 교직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교수, 졸업생이 한 줄로 걸어가는 모습은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전국적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아주대가 수원과 화성에 퍼져 있는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밀접히 하고 있는 것도 좋은 예이다. 수원도 지역에 위치한 전국적 대학이라는 인식을 심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한국에서 지역에 위치한 대학들이 지역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역의 사랑 속에 전국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서울로 몰리는 대학 인구를 지역으로 분산하고 각 지역의 대학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각개약진을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