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br/>출생 직전 아내 사진 공개한 남편… 구속된 아내도 편지로 결백 주장 <br/>경찰, 임신 진료기록 찾지 못하고 친부도 확인 못해 증거 확보 ‘난항’<br/>휴대전화 통화·데이터자료마저 부실, 아이 행방 등 별다른 성과 없어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원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져 들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모로 추정된 A씨(48)씨와 남편 B씨가 출산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산부인과 등지를 상대로 한 A씨의 출산 기록과 사라진 또 다른 여야의 행방 등을 찾지 못하고 있어 친모 관련 미스터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친모 남편 B씨는 지난주말 MBC와 SBS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내가 3년 전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B씨는 이날 방송에서 3년 전 아내 석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출산했다는 시점의 한 달 반 전 모습인데 만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사람은 절대로 출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몸에 열이 많아 집에서 민소매를 입고 있는데, 내가 임신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또 구속 수감된 아내가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A씨는 편지에서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늘이 알고땅이 알아. 진짜로 결백해. 결단코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고 썼다.
부부의 이 같은 주장에도 경찰은 유전자(DNA) 검사의 정확도가 99.9999% 이상이라고 밝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본원의 공식 입장을 믿고 있다.
더욱이 국과수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모두 4차례 유전자 검사를 했기 때문에 오차 확률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대구과학연구소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의 오차 확률은 1조분의 1 이하라고 판단한다”며 “국과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틀렸을 확률은 사실상 ‘0’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석씨 부부가 출산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를 반박할 임신 진료기록 등의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또 숨진 여아의 친부가 누구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구미경찰서는 친모의 진료 기록과 사라진 여아 행방을 찾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친모 A씨의 의료기관 진료 자료를 분석했지만, 산부인과에서 임신 관련 진찰을 받은 기록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임신과 출산을 부인하는 석씨를 추궁해 진상을 가리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접 단서로 사라진 여아 행방을 찾는 데도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신사 데이터 보관 기간이 3년이어서 두 여아가 태어난 3년 전 휴대전화 통화 및 데이터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통신사 통화 및 데이터 기록이 필요한데 보관기간이 지나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친모 A씨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지난달 10일 큰딸(22)이 키우던 여아의 친모로 밝혀졌고, 3년 전 출산한 큰딸의 여아와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앞서 A씨를 살인,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 은닉 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