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웅도(雄道)로 자타가 인정했던 경북은 물론이고, 해방 이후 한때는 2대 도시로, 그리고 그 후 50년 이상은 3대 도시에 머물렀던 대구는 이제 4대 도시로 몰락함으로써 과거의 영광만을 자랑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대구·경북 인구의 감소는 지역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지역의 일자리 및 기회 요인의 미흡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대구·경북은 청년층의 인구유출이 심각하다. 청년층의 인구유출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 표출된다.
첫 번째 단계의 인구유출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나타난다. 과거와는 달리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상당수가 서울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길 희망하는 것이 현실이고, 실제로 많은 우수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 서울소재 대학으로 진학한다.
두 번째 단계의 인구유출은 지역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있는 임금이 높고 비교적 명망 있는 기업들의 끌어당기는 요인(pulling factor)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높은 주거비용과 열악한 환경에도 수도권에 있는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 대구·경북도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이 고향에서 정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대구·경북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강조할 점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국제공항은 지역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사회간접자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KTX 역을 중심으로 광역경제권 혹은 광역도시권이 형성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국제공항을 중심으로 광역경제권 혹은 광역도시권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세계적인 경제성장,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 및 소득성장, 그리고 저비용항공사들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말미암은 항공요금인하 효과로 국제항공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단순히 출입국을 위한 관문 혹은 통로(gate-way)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성장거점(growth pole)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항건설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항 주변에 공항도시(air-city) 건설을 위한 청사진 계획과 주변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하는데 전문가와 시·도민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새롭게 건설될 공항은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아웃 바운드(out bound) 여객수요 못지않게 외국인들의 인 바운드(in bound) 여객수요를 겨냥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공항도시와 주변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인 바운드 해외여행객들을 위한 문화관광·쇼핑관련 인프라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대구·경북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관광자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자원 확충에 힘써야 한다. 예컨대 공항 주변에 국외여행객들을 위한 호텔, 리조트, 카지노, 테마파크, 프리미엄 아웃렛 몰 등의 유치가 필요하고, MICE 산업관련 인프라의 확충도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관광자원이 안동, 경주 등 경북지역에 산재한 역사문화관광자원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공항도시와 주변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긴요하다.
새로운 국제공항의 건설은 주변지역의 산업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 주변에 국제 업무단지, 문화관광 관련 산업 외에도 물류산업과 첨단산업이 번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주변지역에 대구·경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규모는 인천공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현재 인천공항이 포화상태에 있어 새로운 기능을 확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살핀다면 통합신공항의 경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테네시 주의 멤피스공항은 비록 항공여객수요는 많이 없는 소규모 공항이지만, 국제특송업체인 페덱스(FedEx) 익스프레스의 항공운송 허브(hub)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 최대의 물류공항으로 성장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경우도 전자상거래의 확대를 겨냥해서 국제 택배화물의 처리를 위한 물류허브공항으로 육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다. 통합신공항 건설은 새로운 공항의 건설로 종결돼서는 안 되고, 공항의 건설을 통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공항과 공항도시 건설, 그리고 주변지역 개발을 통해 대구·경북이 글로벌경제 환경에서 나름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통합신공항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지역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