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목공예작가 고운결공방 대표 이영철<br/>누구나 저렴한 비용 최소 공구로 견고한 가구 제작<br/>기술교육·커뮤니티 공간 갖춘 도시 목공소 마련 ‘꿈’
“무엇을 만들어서 파는 일이 아니라 생활 속 목공을 통해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포항의 목공예 작가 이영철 고운결공방 대표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즐거운 목공, 안전한 목공’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손재주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음을 자부한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처음 나무를 접한 이래 53세가 된 현재까지 한 번도 나무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는 그의 직업의식은 남달랐다.
“목공예품은 저의 성격을 대변하죠. 사랑과 따뜻함과 강인함이 묻어 있다고 할까요.”
자신만의 스타일로 창조한 목공예품이 지역민의 자부심이 되고 지역이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이 대표를 22일 만나 목공예의 아름다움과 실용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세월 목공예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뚝딱뚝딱 취미로 시작한 목공이 19년여 세월이 흘렀다. 군 제대 후 입사한 제철화학, 지금의 oci주식회사는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이었지만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았다. 4조 3교대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났다.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낄 때쯤 나무로 무엇을 만드는 일은 한여름의 청량음료였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자라 목공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도 있었다. 유계리 처가의 창고를 개조하여 작업장으로 만들어 본격적인 취미 목공을 시작했다.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우리집 식탁과 정리장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는데, 며칠 후 이웃에서 놀러 온 새댁이 자기집 식탁을 주문했다. 그것이 대가를 받고 만든 최초의 가구이고 현 직업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지금의 고운결공방이라는 상호도 짓게 되었고 명함도 만들고 1톤 트럭을 구입하기도 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 2002년 기업 구조 조정 시기에 좋은 기회다 싶어서 2002년 만 10년의 회사 생활을 당당하게 청산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지역민들에게 위안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나 역시 너무 힘이 들었었다. 공방 수입 제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포항시 공공일자리 생활 방역단에 지원하여 약 8개월 동안 코로나 방역을 했다. 방역 활동은 나에게 또 다른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는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였다. 평소 체험 교육을 하고 연구하여 많은 목공예 체험키트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비대면 시대 체험키트와 동영상 촬영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2020년에 전년보다 많은 성장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 생활 목공은 모든 사람의 힐링 백신이다. 한 토막의 나무와 공구만 있으면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여성문화관, 뱃머리 평생 학습원 등 많은 강좌 중에 목공예 인기도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다. 강좌 참여도 또한 대단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다섯 강좌 참여도가 거의 95% 이상이다. 목공예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참여하고 만족해하는 수강생들을 보면 오히려 내가 힐링이 되어 더 힘을 내어서 수업에 임할 수 있게 된다.
-목공예품의 아름다운 가치는 어디에 있나.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많은 에너지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환경, 자연, 산소 등 죽은 나무도 사람의 손을 거치면 무한한 생명력을 지니게 되어 천년만년 아름다움, 제작자의 혼, 옛 조상들의 손길 등을 느낄 수 있다. 목공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우리 아이들에게 가구를 만들어 줄 때였다. 특히 딸 아이의 가구를 만들 때는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가구, 남편이 만들어준 가구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을 정도로 귀하고 영원히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영철 작품만의 독창적인 특징이 있다면.
△나는 현대목공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생활 가구, 생활 목공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최소의 공구를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 있다. 한번 만들어진 가구는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고 견고하게 제작한다.
-포항지역 생활문화 진흥 및 평생학습 목공예 강사로서 올해 활동 계획을 소개한다면.
△목공은 이제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내 가게를, 내 집을 직접 수리하고, 꾸미는 행복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해오던 목공체험지도사 양성, 정규 강좌 활성화, 생활 가구 전시회를 통해 목공 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매김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목공체험지도사 양성과 목공 문화 활성화로 우리 지역에 시민들을 위한 기술 교육과 전시 판매,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춘 도시 목공소를 만들고 싶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언택트 시대 조금의 지도만 받으면 누구나 쉽게 집에서 목공을 즐길 수 있다. 목공은 우리 생활에 필수다. 가정의 달 5월 가족과 함께 목공으로 힐링하고 예쁜 추억도 만들어 보시길 바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