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고승으로 국사에 추앙<br/>흥해 양백리에 유적 산재하지만<br/>무덤·묘비·사당 관리 허술 <br/>안내판 하나 없어 찾지도 못해<br/>향토사학자·후손<br/>“문화재 보존·등록 지정 필요”
포항 출신의 고려시대 국사였던 진각국사배천희(眞覺國師裵千熙·1307 ~1382)의 유적이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흔적마저 사라지고 있어 문화재 보존과 등록문화재 지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향토사학자 황인 씨와 배천희 국사의 후손인 배재원 씨는 “고려말 승려로서는 최고 자리인 국사가 되어 임금과 백성이 우러러볼 정도의 고려말 불교계의 고승이었던 그의 유적이 그의 고향인 흥해 양백리 백산에 여러 곳 그대로 간직돼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의 무덤과 유허비가 있는 사당은 가는 길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안내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이곳이 진각국사의 유적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고 전했다.
황 씨와 배 씨는 “고려시대 흥해현이 흥해군으로 승격된 것은 고려시대 공민왕이 직접 찾아가서 국사로 추앙한 진각국사 배천희의 출생지이기 때문”이라면서 “고려시대 불교 지도자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된 채 보호받지 못한 채 하나씩 지워져 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들은 “낙산사 등 10개 사찰의 주지를 지내는 등 고려시대 대덕고승이었던 배천희의 업적은 수원성 성곽 안에 자리한 목은 이색이 왕명에 의하여 지은 보물 제14호 ‘진각국사 대각원조탑비명(眞覺國師 大覺圓照塔碑銘)’과 고려사 등의 기록에 의해 전해진다”고 밝히고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의 정신문화 개척의 주인공인 그의 고향이 포항이었다고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상기했다.
황 씨와 배 씨는 “포항시가 진각국사 배천희 유적지를 보전하지 않으면서 인문학의 고장, 정신문화의 고장을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진각국사 배천희 유적지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온전히 미래 세대에 넘겨주는 게 우선이자, 선행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흥해읍 양백리 백산 일대 배천희 유적지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포항시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2006년 무덤 훼손 등 이미 방치 위험을 겪은 바가 있는 만큼 포항시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만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국사가 입적한 이후 고향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석과 여기에 새겨진 글씨는 마모돼 또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당과 묘소 역시 제대로 보존이 되지 않고 있어 우리의 소중한 불교 문화유산인 배천희 국사의 역사를 후대에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