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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집단사고의 늪’에 빠지다

등록일 2021-06-14 18:30 게재일 2021-06-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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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분노로 바뀌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촛불의 이름으로 공정과 정의를 역설했고, 통합과 협치를 선언했으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공정과 정의는 무너졌고, 나라는 완전히 두 동강 났으며, 국민은 ‘이것도 나라냐?’고 묻고 있다.

이처럼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권이 ‘집단사고(groupthink)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집단사고란 ‘응집력이 강한 집단이 다양한 의견들을 억압하여 획일적으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이르는 현상’을 말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는데, 현 정권은 ‘코드인사’로 일관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장관급만 33명이나 임명을 강행했다. 동종교배(同種交配)적 인사는 필연적으로 집단사고의 오류를 범한다.

여당 내에서 정부정책과 다른 의견을 말하면 즉시 ‘문빠’와 ‘대깨문’의 집중공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거나 공천에서 탈락시킨다. ‘민주 없는 민주당’에서 당내민주주의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비판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편향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예스맨(yes man) 참모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집단사고의 오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집단사고의 응집력은 ‘양날의 칼’이다. 응집력이 강하면 집단 내부의 의사소통은 원활하지만, 외부와 차단됨으로써 독단에 빠질 위험성이 훨씬 더 커진다. 그렇다면 집단사고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먼저 법적·제도적 차원에서 권력을 통제하고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책결정과정에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두는 것이다. 그는 항상 반대편에 서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여 토론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보다 나은 대안을 모색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대통령에게 고언(苦言)하는 비판자 역할을 법적으로 보장한다면 집단사고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할지라도 그 기능을 살릴 수도 있고 형해화(形骸化)시킬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권력이다. 권력의 집중과 집단사고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의 원천’이었음을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末路)가 증명하고 있다.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집단사고의 늪에 빠지는 순간, 대통령은 독재의 길을 가게 되고, 그 길의 끝에서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집단사고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자기집단의 도덕성과 완전성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한편, 집단 밖의 의미 있는 비판들을 경청하는 것이 민주적 리더십이다. 대통령이 확증편향과 진영논리에 갇히면 집단사고의 늪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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