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목적은 집권에 있고, 집권하려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어떤 정당도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 주권자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주권자의 신뢰를 얻어 재기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반성과 혁신 여하에 달려 있다.
계엄과 탄핵으로 집권 3년 만에 또 다시 야당이 된 국힘에 대한 민심은 어떤가?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 11월 28일)에 따르면 국힘의 지지율은 24%(민주당은 42%)이며, 대선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지지율이 20%대(민주당은 40%대)에 갇혀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의혹, 여당의 독선과 입법 폭주 등 여권의 계속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힘에 대한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당 지지율을 좌우하는 중도층의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저조한 지지율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권을 잃고서도 반성과 쇄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혁을 외면하는 구주류가 당을 장악하고 “윤석열을 버리고 당을 혁신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당대표 장동혁이 수감 중인 윤석열을 면회한 것은 민심과 싸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대표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황교안을 두둔하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세력과 야합하는 한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김용태·안철수·윤희숙 등 세 차례 혁신위원회의 개혁안들도 모두 당 지도부가 뭉개버렸다. 자신의 잘못은 고치려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잘못만 비판하는 장외투쟁으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혁신에 소극적인 국힘은 ‘열린 보수’가 아니라 ‘닫힌 보수’이며, 닫힌 보수는 ‘확장성’이 없다. 극우화되어가는 국힘, 민심을 외면하고 당심을 앞세우는 국힘이 바로 닫힌 보수다. 내년 지방선거 경선규칙을 개정하여 당원투표 50%를 70%로 확대하고, 여론조사 50%를 30%로 축소하겠다는 것은 ‘민심을 거부하는 역주행’이다. 민심과 괴리된 당심 후보가 어떻게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선거 승패를 결정하는 ‘중도층의 지지율이 국힘(15%)은 민주당(45%)의 1/3에 불과하다.(한국갤럽, 11월 28일 현재)’는 사실을 생각할 때 정말 어이없는 발상이다. 민심을 얻기 위해 여론의 반영비율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축소하겠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국힘이 수권 정당이 되려면 영남에 갇힌 ‘낙동강 정당’에서 벗어나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당을 지배하고 있는 영남의원들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하거나 ‘영남의 지역민심’을 ‘국민의 전체민심’이라고 우기면 재기불능이다. 보수의 생명력은 민심을 받드는 변화와 혁신에 있으며, 그것은 열린 보수이어야 가능하다. 유연한 변화를 중시하는 열린 보수는 민심에 민감하지만, 경직된 투쟁에 집착하는 닫힌 보수는 민심에 둔감하다. 민심을 받들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자신부터 먼저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것이 재기의 첩경임을 왜 모르는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