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치미술가 안효찬<br/>“인간과 자연 사이에서의 본질, <br/> 탐욕과 욕망 등 모순된 세상에 대한<br/>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 보여주고파”
“과학 문명과 연관된 사회적 문제에 따른 현재의 제 감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전시에서 독백적인 메시지나 어떤 문제를 보여주고 해결책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다른 사유를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입니다.”
포항 화단의 청년 설치미술가 안효찬(31) 작가는 대구, 천안, 청주, 안산, 중국 항주 등의 이름난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설치 미술 작품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모든 양식을 총동원하고 다양한 매체를 총체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이고 있는 작품 ‘우리 안에 우리, 생산적 미완’ 연작들은 주변 공간과 자연환경 속에서 오브제와 상호작용해 조형화된 형식으로 표현해 새로운 차원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6일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안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 이야기를 들었다.
-설치미술가의 길을 가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설치미술가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작품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있고 표현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온 것 같다. 또 입체, 설치라는 분야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조소과를 나온 영향인지 전시장의 공간을 파악하고 공간에 나의 생각들을 연출하는 일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입체와 설치작업으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었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은.
△2019년 이전의 작품들에는 돼지, 인간, 건물, 공사현장을 대표로 들 수 있다, 2021년 ‘VENUS’라는 작품에는 현대의 건축, 아파트 등이 소재가 되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반응하는 지점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게 된 소재들이다. 돼지는 단순한 동물의 돼지가 아닌 자연의 희생으로 표현되어 있고, 건물이나 공사현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간사회나 욕심을 표현하게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소개해 달라.
△최근 작업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진행했던 ‘VENUS’라는 작품이다. 기존의 작업과는 시각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했던 작품들이 나의 내부에서 외부로의 외침이었다면 2021년의 작품은 내면에서 나에게 말을 건네는 혼잣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태껏 시리즈의 작업들을 계속 해왔지만, 이제는 살아가면서 즉각 반응하는 것들을 표현해보려고 한다. 감정, 미래, 인간, 욕심에 의해 파생되는 내 표현들을 작품에 옮기고 연출하면서 작품세계를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기보다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라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뭔가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싶은 사명감이 아니라 우리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다양한 언어 중 하나이고 예술의 언어도 소통의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소통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인간의 탐욕과 사회의 모순을 풍자적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데.
△희생양의 신화처럼 문명은 폭력을 통해 탄생했고 유지되고 있다. 가상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잠시나마 비극의 순간을 위에서 바라보는 전지전능한 관찰자의 역할을 부여한다. 인식의 변화는 절대 쉽게 오지 않는다. 길고 끈적이는 인지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그것은 시작되지 않는다. 돼지라는 형태를 지지대 삼아 무엇인가를 짓고 있는 건설현장, 그리고 그 안에 구성 요소를 담당하는 오브제들이 표현되어 있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의 본질, 탐욕과 욕망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이처럼 굉장히 모순된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은유적으로 동물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두 가지의 요소가 하나의 조각 구조를 이루면서 사회의 또 다른 이면 혹은 모순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17년에 만든 ‘우리 안에 우리-state’라는 작품이다. 경기창작센터라는 곳에 있으면서 1년 동안 단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완성되자마자 그해 경기도미술관에 소장이 되어 나에게는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 되었다. 그 작업을 바탕으로 2018년 2020년 ‘우리 안에 우리-state#1’, ‘생산적 미완#1-#7’의 시리즈 작품이 탄생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동시에 작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원동력을 일으켜준 작품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꾸준히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작품과 대중으로 소통하고 싶다. 현재 논문을 준비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현재 포항예고 및 대구, 여러 지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특강을 나가고 있다. 미래의 예술가들을 위해 내가 경험한 것들과 현대미술의 이해와 접근 방법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알려주고자 한다. 개인적인 작품활동을 하면서 후배, 제자들도 좋은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 관련 일에도 종사하면서 작품세계를 펼쳐갈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