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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가짜 순찰차 없앴으면…

등록일 2021-07-12 18:42 게재일 2021-07-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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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수필가
박창원​​​​​​​수필가

요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변에 경광등을 켠 가짜 순찰차가 여기저기 보인다. 아마도 경찰청에서 고속도로 운행 차량의 과속운전을 단속하기 위해 설치했으리라. 그러나 이를 볼 때마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를 속이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꼭 저래야 하나’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에겐 고속도로에서의 과속운전 예방을 위한 ‘가짜 단속’의 씁쓰레한 역사가 있다. 아마 1990년대였으리라. 과속이 예상되는 도로변에는 모형 스피드건을 든 경찰인형이 서 있었다. 예산을 많이 들여 전국의 주요 도로에 설치했다. 커브길을 돌아 나오는 순간, 앞에서 경찰인형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장면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운전자가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가짜라 해도 운전자를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형상에 사람들이 반발을 했고, 결국 얼마 못 가 경찰인형은 모두 철거되는 운명을 맞고 말았다.

그 이후엔 가짜 무인단속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었다. 이 역시 과속운전을 방지할 목적으로 전국에 약 2천500대가 설치되었다 한다. 카메라가 들어 있지 않은 가짜 카메라였다. 사람들은 어느 게 가짜 카메라이고, 어느 게 진짜 카메라인지 모르기 때문에 카메라 모양만 보면 속도를 줄여야 했다. 하지만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가짜 카메라를 이용하여 실제 단속하는 것처럼 해 국민을 속이는 것은 물론 국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일자 2000년대 후반에 모두 철거했다.

그러고 나서 최근에 다시 가짜 순찰차가 등장했다. 백색과 청색이 섞여 있는 순찰차 모형 위에 적색과 청색 경광등이 번쩍이는 모습이야말로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속도위반 단속을 하는 순찰차로 보인다. 가까이 와서야 가짜 순찰차임을 알아차리고는 선진국에 진입한 요즘도 저런 식으로 단속을 하나,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가짜 순찰차를 설치하면 운전자의 과속을 방지하고, 나아가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 생각이다. 국민들에게 목적만 좋으면 수단은 정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염려가 있다. 속도위반 단속을 위한 경찰인형, 가짜 단속 카메라, 가짜 순찰차의 공통점은 ‘가짜’라는 점이다. 모두 국가가 대놓고 국민을 속인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식의 가짜는 우리 사회에서 ‘정직’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직의 가치가 훼손되면 거짓이 늘어나게 되고, 거짓이 판을 치면 범죄가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직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영국 속담에 “하루만 행복해지려면 이발을 하고,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고 싶거든 결혼을 하라. 한 달 동안 행복해지려면 말을 사고, 한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해져라.”라고 했다. 정직은 이처럼 숭고하다. 우리 사회에서 정직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고속도로의 가짜 순찰차는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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