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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기계도 못 구해요” 반도체 대란 일상 파고들어

전준혁·김재욱기자
등록일 2021-07-21 20:41 게재일 2021-07-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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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전자기기 여파 확산<br/>“정부 정책 제시 필요” 목소리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부족사태로 인한 충격이 일상생활로 스며들고 있다. 애초 차량용 반도체에만 국한돼 나타났던 부족 양상이 생활 속 제품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우선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경우, 코로나19로 차량 수요 감소가 예측되면서 이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감소한 생산라인은 암호화폐 채굴에 쓰이는 그래픽카드 제조나 스마트폰 등 IT 제품 제조에 쓰이는 반도체 공정으로 대체됐고, 결론적으로 예상 외로 빠르게 회복한 차량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차량제조사들이 심하게는 공장 가동을 멈추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일례로 20일 르노삼성차가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으로 지난 19일에 이어 이틀 동안 부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르노삼성차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러한 문제는 르노삼성차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 GM 등 한국차 제조사는 물론 도요타와 혼다 등의 일본 차 제조사들도 올해 들어 공장 가동을 중단한 사례가 있고, 다임러와 폭스바겐 등 독일 차 제조사들마저 생산일정 감축에 돌입했다. 초창기에 업계에서는 7월께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회복될 것으로 봤는데, 현 추세라면 이런 전망은 이미 틀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PC의 경우도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꾸준히 늘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PC의 핵심부품인 그래픽카드의 경우 암호화폐 채굴에 쓰이는데,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에다 암호화폐 붐으로 인한 수요 폭증까지 더해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었다. 심지어 웃돈을 주고 구입하려 해도 물량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PC 공급을 틀어막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자동차와 PC를 넘어 일상의 작은 제품에까지 반도체 부족이 영향을 미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 주민 김모(37)씨는 “평소 사용하던 전자담배 기계가 고장이 나서 새로운 기계를 사고자 오전부터 편의점 5∼6곳을 둘러봤지만,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면서 “어느 곳을 가든 편의점에서는 ‘요즘 기계가 안 들어와요’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몇 달 전만 해도 회사별로 전자담배 기계에 대한 프로모션 및 행사를 많이 진행하고 판매 촉진 할인도 했었지만, 최근 회사별 사이트를 찾아봐도 행사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매우 불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김씨는 KT&G의 전자담배 기계를 구하고자 편의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기계를 구할 수 없었다. 일본 제품인 아이코스는 기계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타 회사의 제품은 간혹 있었지만, KT&G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판매점은 거의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같은날 전자담배 기계 고장으로 대구지역 AS센터를 찾은 이모(41)씨도 평소와 다른 경험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평소 기계를 수리하고자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보증기간이 남았을 시 새로운 기계로 교체해줬는데, 수리를 맡기니 특별한 고장이 없는가를 살펴보고 기계를 청소한 후 돌려줬다”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상황인가 싶어 지켜봤지만, 모두 기계 교체보다는 수리만 해주거나 기계가 고장 나서 안 된다고 새 기계를 사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자담배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반도체 수요가 너무 많은 상황으로 큰 자동차부터 작은 전자기기까지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가격 안정에 대한 해결책이나 정책적인 방향을 제시해줘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준혁·김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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