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최수환전<br/>우리나라 대표 ‘라이트 아트’ 작가 최수환<br/>일상적 풍경 소재로 관람객과 편안한 소통<br/>다양한 크기로 낸 구멍에 LED 빛 투과시켜<br/>사물 인식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작점 제시
‘빛’이라는 비물질을 매개로 독특하고도 창의적인 시각 이미지를 구현하는 최수환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라이트 아트(Light Art)’ 작가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초상이나 정물 등 주변의 오브제를 빛으로 재현했고, 이후 정교한 아라베스크 무늬와 같은 장식적이면서 추상적인 소재를 평면에서 입체를 넘나드는 환영적인 작업으로 연결을 시켰다.
그러나 최근 작품에서는 우리가 흔히 산책하며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소재를 변화시키고 있다. 작가는 그 이유를 “우리는 매일 미디어의 홍수에 살고 있고 자극적인 시각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며 매일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강요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전시실만이라도 관람객에게 편안함과 명상의 시간으로 느끼게 하고 싶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시대미술의 난해함, 일방적인 소통, 가치의 사유화 등 전통적 형식에서 변형된 미술의 자극성에서 벗어나 관람객들과 편안한 소통으로 대면하고 싶은 것이다.
대구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2층) 기억공작소는 ‘최수환-Walk in Emptiness’전을 오는 10월 3일까지 연다.
전시장에 들면 이미지를 찍거나 만들고 흑백으로 전환한 뒤 포토샵으로 원하는 명도로 조정하고 프린트한 후 붙인 래미네이트(Laminate) 판에 다양한 크기(0.35~3mm)의 구멍을 뚫어서 이미지를 만들고 그 구멍들에 LED 빛을 투과시켜 완성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인식된 사물의 형태와 표면을 물리적 제거(구멍)와 동시에 다른 매체(빛)로 제거된 공간을 채우는 과정에서 평면적 이미지가 입체적 이미지로 인지되는 시각적 착시가 생긴다.
미발표 신작들로 채워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라이트 아트(Light Art)’ 광원 자체의 효과를 이용해 사물의 실제성을 다룬 ‘Emptiness’ 연작시리즈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빛의 근원적인 속성에 다가가는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최수환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시각(안구)을 통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사물의 본질 이해에 관심이 있다. 특히 안구를 통해 사물의 표면을 읽어내는 방식에 집중한다”고 설명하고 “우리는 사물의 표피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익숙한 사물 인식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해의 시작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