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차례상에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

피현진기자
등록일 2021-09-16 19:38 게재일 2021-09-17 1면
스크랩버튼
조선시대 제례 음식은 더 간소<br/>안동 퇴계 종가도 5가지 전부<br/>일반 가정 수십 가지와 큰 대조<br/>코로나로 ‘랜선차례’ 등도 눈길
올해 설 명절 이황 종가 차례상. /진흥원 제공
설과 추석 명절 풍습이 변화하고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 핵가족화로 인한 전통 유교문화가 급속하게 쇠락하면서 명절 예법도 간소화되거나 아예 폐지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 장기화는 이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간소화를 넘어 아예 고향방문 자제와 명절 차례 지내지 않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명절의 차례나 제례는 조상을 기억하기 위한 문화적 관습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전통이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이어지면서 명절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가족과 친지가 모이지 않으니 차례와 제례 문화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간소하게 지냈던 조선시대 명절 풍습으로 회귀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2017년부터 제례문화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차례상에 차리는 음식을 조사한 바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재 예서와 종가에 비해 일반 가정의 차례 음식이 평균 5~6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서는 차례상에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의 차례상 역시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마저도 초간 권문해의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자)’, 안동 예안의 계암 김령의 ‘계암일록(1609년 5월 5일자)’, 안동 하회마을 류의목의 ‘하와일록(1798년 8월 14일자)’ 안동 풍산의 김두흠의 ‘일록(1851년 3월 5일자)’ 등의 사료(史料)에는 역병 창궐로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유교적인 고장인 안동 그 중에서도 퇴계 이황 종가에서는 추석 차례상에 술, 송편(설에는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5가지 음식을 차린다. 일반 가정의 차례상에는 평균 25~30가지의 음식이 올라가는 것과 확실히 다르다.

진성 이씨 온혜파 18대 종부 최정숙씨는 “차례상에 원래 많은 음식이 올라가지 않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음식의 양이 더 줄었다”며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으니 양을 줄이고 간소화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