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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싸움 끝 호계서원 떠난 ‘퇴계위패’

피현진 기자
등록일 2021-10-04 20:16 게재일 2021-10-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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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원 복원·위패 복설로 <br/>‘병호시비’ 종지부 찍었지만<br/>예안 유림들 “위패 철폐” 요구<br/>상계문중운영위 등 퇴계 후손들<br/>계상서당서 ‘소송’으로 흔적 지워
진성 이씨 문중 관계자가 호계서원 사당 존도사에서 퇴계 선생 위패를 모셔 가기 위해 고유제를 지내고 있다. /독자 제공
진성 이씨 문중 관계자가 호계서원 사당 존도사에서 퇴계 선생 위패를 모셔 가기 위해 고유제를 지내고 있다. /독자 제공

호계서원의 퇴계선생 위패가 결국 철폐됐다.

지난 2020년 11월 ‘호계서원’(虎溪書院·경북도 유형문화재 35호)을 복원하면서 400년 이어져오던 ‘병호시비’(屛虎是非)에 종지부를 찍었던 위패 복설 문제가 새로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진성이씨 상계종택 운영위원회 및 문중 관계자 20여명은 지난달 30일 호계서원 사당인 ‘존도사(尊道祠)’를 찾아 고유제를 지낸 후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셔 나갔다. 위패는 계상서당 뒤편 자리에 ‘불태워 보낸다’는 ‘소송’(燒送)을 끝으로 흔적을 지웠다.

앞서 예안유림들은 이근필 퇴계 종손에게도 서한문을 보내고 위패철폐를 요구, 진성이씨 상계문중운영위원회는 지난 9월 10일 호계서원 운영위원회에 호계서원에 봉안된 퇴계선생 위패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근필 종손은 호계서원 고심 끝에 “호계서원 복설로 안동 유림간 새로운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사풍(士風)진작에 힘써야 할 서원이 시비와 분쟁의 장이 된다면 존립가치가 훼손된다”며 “이러한 시비와 갈등이 있는 곳에 퇴계선조의 위패를 더 이상 받들 수 없다고 판단해 정중히 위패의 반환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호계서원운영위원회는 답신을 통해 “조선 500년 역사에 왕명에 의하지 않고 주벽(主壁)의 위패를 퇴위한 경우는 없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가사업인 동시에 도내 유림들의 공의에 의해 진행된 사업”이라며 “석연찮은 논리에 의해 수많은 공론과 대의가 훼손될 수 없다. 또한 이 중대한 문제를 소수의 의견으로 결정하기 힘든 바 당회를 열어 공론을 물을 충분한 시간과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1개월의 말미를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안동시에서도 관계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 설득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진성이씨 상계문중위원회는 이날 안동시에 호계서원 개방을 요구해 위패를 사당 밖으로 모셔나가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위패 철폐 후 퇴계선생과 함께 모셔진 서애, 학봉, 대산 문중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호계서원 측은 조만간 당회를 열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계서원’은 총사업비 65억원을 들여 2013년부터 도산면 서부리로 이건 및 복원을 추진해 지난해 11월 한국국학진흥원 부지에 복설, 유림간의 화합의 상징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위패 복설을 반대하는 예안유림과 1년여 간 갈등이 이어졌으며, 지난 4월 첫 춘계 향사때는 유림들간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논란을 야기 시켰다. /피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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