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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毒일까, 藥일까’

박동혁기자
등록일 2021-10-13 20:21 게재일 2021-10-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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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의회, 내년 1월13일부터 지방자치법 개정안 시행

내년 1월부터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지방의회 의장으로 변경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본격 실시되는 가운데 일선 의회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반면, 의장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인사교류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의장에 과도한 권한 집중 ‘부정적’

의장선거 경쟁 과열 불 보듯

정치 활동에 몰두할 가능성 커져

소속 바뀐 직원 근무기피 우려도

진정한 지방분권 확립엔 ‘긍정적’

포항시·시의회 공무원 신분 분리

현 조직서 5급 과장 신설한다면

인사적체 해소 등 긍정효과 기대

 

13일 포항시의회에 따르면 내년 1월 13일부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된다. 이 개정안은 시행 시점부터 지방의회 의장이 사무처 직원의 임용권을 갖고, 의원정수 2분의 1 범위에서 ‘정책지원관’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도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의원정수 32명으로 경북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포항시의회는 13일 오전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의원간담회를 열고 개정안 시행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포항시의회가 마련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향후 추진계획’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의정자료 수집·조사·연구 등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의정활동에 도움을 주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인 정책지원관은 2022년 8명, 2023년 8명씩 총 16명이 채용될 예정이다.

임용형태는 일반직공무원 또는 일반임기제로 이뤄질 예정이며 직급은 지방공무원법 임용령에 따라 7급 이하로 설정됐다. 또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지방의회 자치법규를 집행부의 조례·규칙 심의절차없이 의회 자체적으로 제·개정 가능해진다. 인사권 독립과 관련해서는 인사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하도록 했으며 인사위원회는 내년 1월 13일 이후 발생되는 의회의 인사정책, 징계의결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의회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의회 내외부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현재 정원 37명으로 구성된 의회사무국 공무원의 소속이 내년 1월 13일부터 포항시 소속이 아닌 포항시의회 소속으로 바뀌면서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포항시 공무원은 “그동안 포항시의회에 근무했던 공무원들은 사실상 파견근무이고 언제든지 포항시에 돌아갈 수 있기에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은 없었다”며 “하지만 내년부터는 포항시의회에 소속되면 포항시에 돌아가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승진기회가 적고 업무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포항시의회 근무를 지원하는 직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시의회는 개정안 시행 전인 올해 말까지 의회 근무직원에 대한 전보희망 조사 등을 통해 포항시와 인력재배치를 협력해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현재 4급인 의회 사무국장 아래 6급 팀장 3명 체제로 구성된 조직에 5급 과장을 신설한다면 인사적체해소와 승진의욕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사권 독립이 의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시의원은 “이번 인사권 독립이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 확립에 한 걸음 다가간다는 측면에서 취지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의장이 인사권을 쥐게 되는 만큼 나머지 31명의 의원들의 목소리보다는 의장 1명의 생각으로 인사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포항시의회는 현재 교황선출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이처럼 의장에게 강력한 권한이 부여된다면 의장선거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하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정치활동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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