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1932~2021<br/>오랜 투병 끝 89세로 생애 마감<br/>군사 쿠데타 세력 낙인과 함께<br/>북방외교·올림픽 등 치적 평가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향년 89세. <관련기사 2·3면>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이후 건강이 악화됐고 희소병인 소뇌위축증과 천식 등을 앓으면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왔다.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이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201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2018년)와 함께 1987년 체제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1노 3김’시대도 마침내 막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은 직선제가 부활한 뒤 처음 당선되면서 1988년부터 1993년까지 대한민국 13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대통령 재임 당시 공산권 국가들을 상대로 추진했던 북방외교가 그의 최대 치적이며 88서울올림픽 개최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등의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군부 쿠데타의 주동 세력이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93년 퇴임 후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 반란을 주도했던 내란죄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97년 12월 22일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복권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추징금 미납 논란에 시달리다가 지난 2013년 9월에야 뒤늦게 완납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는 최근 3년째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1932년 12월 4일 경북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 대구 동구 신용동)에서 면 서기였던 아버지 노병수와 어머니 김태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안사령관, 체육부·내무부 장관, 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를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은 육군 9사단장이던 1979년 12월 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의 핵심으로서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쿠데타 성공으로 신군부의 2인자로 떠오른 노 전 대통령은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대장으로 예편, 정무2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초대 체육부 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민정당 대표를 거치면서 군인 이미지를 탈색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5공화국 말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이을 정권 후계자로 부상, 1987년 6월 10일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지명됐다. 전두환 정부시절 노 전 대통령은 정무 2·체육부·내무부 장관과 제1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를 수용한 후 그해 12월 ‘보통사람 노태우’를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 아들 재헌이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