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당, 카페,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 어디나 입구 풍경은 비슷하다. 길게 줄을 서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폰을 꺼내 들고 흔들고 있는 사람들. 간간이 담당 직원과 같이 폰을 가리키며 옥신각신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도 보인다.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패스가 의무화되면서 생긴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풍속도다. 방역기준이 강화되면서부터는 입장하는 손님들의 백신 접종 날짜를 일일이 확인하는 전담 아르바이트생이 등장하기도 했다. 패스 기능을 하는 앱을 각종 포털, 통신사, 질병관리청에서 모두 제공하는데, 간혹 먹통이 되거나 사용자 인증을 새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갑작스런 상황에 진땀을 빼기도 하고, 가게마다 인정되는 기준과 방식이 다를 때도 있어서, 식사하러 간 손님들의 기분이 입구에서부터 상하기도 한다. 직원들도 곤욕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손님이 밀려드는 시간, 주문받고 음료를 준비하기도 바쁠텐데, 일일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확인해야 하니 말이다. 초기에는 입구에 비치된 노트에 공개적으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고 들어가야 했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진 것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98%에 이른다고는 하지만, 스마트시티를 연구하는 공학자의 입장에서조차, 나이 불문하고 스마트폰 없이는 장을 보고 밥을 먹는 일에도 제약을 받는 세상이 너무 일찍 와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입구에서 쩔쩔매시는 모습을 보면, 나라도 다가가서 좀 도와드려야 하나 고민스러울 때도 있으니까. 그러다보니 식당이나 마트 입구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에 골몰하게 된다. 과연 지금의 방법이 최선인지, 이렇게 하면 실제로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을지. 혹시 좀 더 스마트한 방법,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이용자의 불편과 부정적 감성을 줄일 방법은 없을지….
예상컨대,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QR코드를 직접 찍게 하는 지금의 방역 패스는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듯하다. 방역 패스를 실시하는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면, 첫째, 다중이용시설의 시간대별 방문 기록을 남기는 일, 둘째, 입장객의 백신 접종 이력과 유효기간 만료 여부를 확인하는 일, 셋째,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방문 이력을 분석하여 정확한 시간, 장소 등을 특정한 후 밀접 접촉자를 파악하는 일 등의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이 세가지가 모두 간단한 센서와 IT기술만으로도 자동화가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방역 패스 도입에 따른 사람들의 불만과 사회적 논란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방역 패스는 우리 모두를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공익 차원에서 불가피한 안전망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생기는 불편을 이용자들에게 떠넘기고, 사생활 노출이나 기본권 침해 우려까지 외면해버린다면, 안전망은 제 기능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공익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방역 패스가 오명을 벗고 사회적 합의를 얻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