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IMF 아·태 국장 선임에<br/>靑 “尹 당선인 측 의견 수렴해”<br/>尹 “청와대와 협의·추천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국내·국제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다”며 “주변 신망도 두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재정 및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와 감각을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신용정책으로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두루 역임했다. 지난 8년 동안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을 진두지휘한 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에 대해 “총재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은 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 있다”며 “어느 정부가 지명했느냐와 관계없이 이달 31일 임기 만료가 도래하므로 임명 절차 등을 고려할 때 후임 인선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 인사에 사실상 윤 당선인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견해차를 어느 정도 해소해 신구권력 갈등해소의 전기가 될 회동을 앞당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언제든지, 조건 없이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번 인선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정면충돌 양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윤 당선인 측이 이날 청와대의 새 한은총재 후보 지명 사실이 알려진 후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쟁점으로 꼽히는 감사위원 인사,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등에 이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은행 총재 인사에 일부 윤 당선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로는 대립국면 해소에 단초가 될 수는 있으나 국면에 획기적인 변화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