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신(新)·구(舊)권력의 충돌은 윤석열 당선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협치를 통해서 통합에 노력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벌써 잊어버렸는지 ‘떠오르는 별’이 ‘지는 별’과 힘겨루기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윤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협치와 통합에 나서야 한다. ‘닫힌 마음’은 협치의 가능성을 외면하는 ‘적대적 사고방식’이다. 협치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원칙이며,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요구하는 현실적 조건이다. 이 원칙과 조건을 무시하고 일방통행 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더욱이 빈부·이념·정당·학력·성별·세대 등의 갈등, 즉 ‘문화전쟁(culture war)’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이니 협치와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협치를 위해서는 패자를 포용할 수 있는 승자의 넓은 도량이 필요하다. 협치는 힘을 가진 자가 먼저 손을 내밀고 양보할 때 시작된다. 협치의 전제는 ‘다름에 대한 존중’이다. 야당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협치 할 수 있다. 독일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메르켈(Angela D. Merkel) 수상의 성공적인 협치 16년을 통하여 세계의 중심국이 됐다. 야당의 이념과 가치를 존중하고 그들의 합리적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두 동강 난 나라의 현실과 ‘승자독식(勝者獨食)’ 정치제도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통섭(統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측근과 공신(功臣)만 챙기는 보은인사는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다. 협치를 위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널리 인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통합의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가 통합을 역설했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분열만 심화시켰다. 통합을 위한 실천행동의 첫 단계는 ‘소통’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고 해서 소통이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소통에 필요한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검찰조직 총수가 지녔던 권위적 태도로서는 소통이 어렵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며,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대선 결과 0.73% 득표율 차이는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국민소리도 경청하라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선인의 오만과 독선을 막아줄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필요하다. 권력 주변에는 언제나 ‘권력 불나방’들이 우굴 거린다. 당선인이 ‘예스맨(yes man)들’의 감언이설과 집단사고에 휘둘리는 순간, 교만과 독선의 늪에 빠진다. 이 늪에서 그를 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충성스런 비판자’ 밖에 없다. 당선인의 성공 여부는 ‘내로남불’이 아니라 ‘춘풍추상(春風秋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