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 중 여덟 번째 신미(辛未)다. 천간(天干) 신금(辛金)은 매울 신(辛)이다. 언 상태(-6~7°C)에서 딴 포도로 만드는 아이스 와인처럼 매서운 결단력, 시리도록 아픈 인내심, 그걸 느낀다. 이미 포도 잎도 하늘 기운이 수분을 다 거두어 가서 말라져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 열매 안의 수분을 활용하여 버틴 끝에 저렇게 보석 같은 포도가 되고 아이스 와인이 된다.
‘마지막 잎새’처럼, 하늘의 수분이 다 없어져서 이제는 버틸 힘도 없을 텐데, 저렇게 끝까지 남아 있는 존재, 이름 하여 매울 신(辛)이다. 신축생, 신묘생, 신미생, 신사생, 신유생, 신해생들은 보석 같기도 하고, 살벌하기도 하며, 면도칼 같다고도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상대는 모르지만 내가 알면 피해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신미(辛未) 일주를 ‘흙 속에 묻힌 보석’이라 한다. 흙 속에 있는 그 자체로 살면 된다. 밖으로 드러내려고 하지 말고, 말이나 마음이나 물질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면 되는데, 남을 도와주었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남에게 베푼 것은 바닷가 모래 위에 쓰고 남의 도움을 받았으면 바위에 새기면 된다. 천간(天干)이 매울 신(辛)이기에 절대 공치사하면 안 되는 것이다.
땅의 기운 미(未)는 양(羊)이다. ‘보석으로 치장한 양(羊)’이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에서도 좋아하는 동물이다. 뒤탈이 없는 지기(地氣)의 대표적 동물이다. 조용하고 부끄러움도 많고, 잘 나서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예술과 재능은 풍부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남을 돕고 싶어 하는 기질도 많다. 남 돕는다고 돕다가 도리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내가 이런 잘난 면이 있다고 보여주려다 하늘의 매서운 신(辛)맛을 보는 경우다. 남을 탓하지 말고 신미(辛未)의 양(羊)답게 희생양(<72A0>牲羊)이 되면 된다.
희생양은 제물로 바치기 위해 희생되는 양(羊)이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피해자라는 뜻도 된다. 지금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피해자’란 의미로 사용된다. 희생양의 유래는 구약성경에서 나온 말이며 ‘속죄양’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죄를 지었을 때 양이나 염소에게 죄를 전가하여 대신 속죄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에 초나라의 왕이 오나라를 공격했다. 오나라에서는 ‘저위’와 ‘궐융’으로 하여금 초나라 군사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면서 노고를 위로하게 하였다. 초나라의 장군이 “잡아라! 그들을 죽여서 그 피를 북에 바르고 우리 군대의 사기를 올려라”라고 명령을 내렸다. 초나라 장군이 저위와 궐융에게 “너희들이 여기 올 때에, 먼저 쾌를 뽑아서 점을 쳐봤느냐?”라고 물었다. “점을 쳐 봤소이다”라고 대답했다. “점쾌를 풀어보니, 길하고 이로웠느냐?”라고 물었다. “길했소”라고 대답했다. 초나라 장군이 “지금 우리가 너희를 죽여서 그 피를 북에다 바르고 군대의 사기를 높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그 두 사람은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크게 길하고 이롭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라오. 오나라의 왕이 우리를 이곳에 보낸 뜻은 당신네 군대의 정세를 알아보자고 한 것이다. 장군께서 만약 노함을 그치지 못한다면, 우리 오나라는 성을 에워싸고 있는 못을 더욱 깊게 파고, 성벽을 더욱 높이 쌓을 것이오. 장군께서 만약 우리들을 손님처럼 대우해 준다면, 오나라는 싸우고자 하는 마음을 풀 것이요. 지금 장군께서 우리를 죽인다면, 오나라는 반드시 경계를 강화하고 엄중하게 방비할 것이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쾌를 뽑으면서 길흉을 물었을 때에는, 오나라의 길흉을 물은 것이지, 우리 개인의 길흉을 물은 것이 아니오. 만약 우리 둘을 희생시켜서 한 나라를 보존할 수 있다면, 어찌 길하고 이롭다 하지 아니할 수 있겠소.
만약 죽은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다면, 우리들의 피를 가지고 북에 바르면서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무엇이 이로울 것이며, 만약 죽은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다면, 우리들은 두 나라의 군대가 서로 맞붙고 있을 때에, 초나라의 북을 울리지 못하도록 하여서 방해할 것이오”라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난 장군은 그 두 사람을 죽이지 못했다.
한비자 ‘세림(說林)’ 하편에 나오는 글이다. 나라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야말로, 그 자체가 아름다운 덕이다.
사주에 양(羊)이 있으면 대부분 자신만만하고 여유가 넘치는 경우가 많다. 성격은 대부분 온화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침착하고 차분하다. 신중함을 가지고 있어서 상처를 받거나 화나는 일이 있어도 쉽게 풀어지고,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다.
양은 좋은 목초지를 찾아 자주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수가 있다고 한다. 사주 연월일시를 볼 때 양이 태어난 연(年)에 있다면 부모를 떠나 객지 생활을 하고, 태어난 월(月)에 있으면, 객지 생활을 하며, 이성 관계가 복잡하다. 태어난 일(日)에 있으면, 배우자와 관계가 부실하여 집 밖을 떠도는 경향이 있다. 태어난 시(時)에 있으면 자녀와 운이 좋지 않아 자식 덕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알면 업(業)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천연기념물 ‘산양(山羊)’은 ‘숲속에 사는 작은 양’이다. 바위가 있는 급경사의 높은 산에서 튼튼한 발굽과 잘 발달된 두 개의 발가락으로 가파른 경사의 바위틈을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바위가 있는 산악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서식 환경이 열악하여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 주위에 ‘산양’처럼 각박한 환경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가정이 없는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힘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푸른 초원 위에서 양처럼 평화롭고 어려움이 없는 가정이 되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