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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대창의 명리인문학… 임신(壬申)

등록일 2022-05-25 18:19 게재일 2022-05-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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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온作 ‘고요한 밤II’

육십갑자 중 아홉 번째 임신(壬申)이다. 천간(天干)은 임수(壬水), 지지(地支)는 신금(申金)이다.

임수(壬水)는 넓은 호수, 바다로 표현한다. 넓은 호수와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은 자세 덕분에 속이 깊어 내면의 심리를 알기 어렵고, 바다와 같이 넓은 까닭에 모든 것을 수용하는 덕이 있다. 물처럼 유연하고 총명함을 타고 났기에 박식함이 넘쳐 언변이 청산유수인 자가 많다.

사주에 임수가 있으면 모든 것을 수용하는 능력이 있어 재물이 마르지 않는 것과 같아 대체적으로 부자가 많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돈’으로 해결 되지 않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어떤 마을에 매우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먹을 것이 생기기나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어느 날 우연히 달걀을 하나 얻게 되었다. 뛸 듯이 기뻐하며 집에 돌아온 그는 아내에게 “나는 오늘 큰 재산을 얻었네”라고 말했다, 아내가 “큰 재산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달걀을 아내에게 내어 보이며 “이거지. 그렇지만 십 년쯤 기다려야 될 걸세”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셈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옆집 주인에게 부탁하여, 그 집의 어미 닭에게 이 달걀을 함께 품도록 하여 병아리로 만들고 좀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찾아와야지. 그 병아리는 곧 닭이 되어 알을 낳게 되고, 한 달에 열다섯 개는 낳겠지. 그것들을 다시 품게 해서 알을 까면 병아리가 열다섯 마리가 되지. 그렇게 두 해만 지나면 닭이 알을 낳고, 알이 닭으로 되어서 닭이 삼백 마리는 족히 될 것이고, 그것을 팔면 은 덩어리 열 개는 될 거야. 그 은 덩어리 열 개를 가지고 암소 다섯 마리는 살 수 있지. 암소가 또 암소를 낳으면서 삼년만 지나면 암소가 스물다섯 마리가 되지. 또 송아지가 크면서 새끼를 낳을 것까지 계산하면 삼년 만에 일백오십 마리는 될 거야. 그것을 팔면 은 덩어리 삼백 개는 되지 않겠소. 그 은 삼백 개를 가지고 빚 놀이를 하면, 또 삼 년 이내에 오백 개로 늘어나겠지. 그 가운데에서 삼분의 이는 밭을 사고 집을 짓고, 삼분의 일로는 집안일을 잘 할 아주머니를 두도록 하지. 나와 자네는 행복하게 늘그막을 살아가지.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를 둔다는 말을 듣자, “이 화근 덩어리를 남겨 두어서는 안 되겠군”하며 그 달걀을 땅에 던져 버렸다. ‘설도소설(雪濤小說)’ (중국 명나라 신종 때 강영과가 지은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다.

먹고 살기 힘든 서민은 그 날 그 날 살기 위해 재물에 매달린다. 만약 부(富)를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비록 말채찍을 잡는 마부가 될지라도 나 또한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좇을 것이다.

신금(申金)은 초가을처럼 맑고 결실을 맺는 시기며, 동물로는 원숭이다. 원숭이 원(猿)이 아니고, 원숭이 신(申)이다. 원숭이는 경계심이 강하고, 이해타산이 심하며 잔꾀가 많다. 자기 재주만 믿고 행동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그만큼 똑똑하고 재주가 많다.

진요자(‘송사’(宋史)에 실려 있는 강숙공)는 활을 매우 잘 쏘았다. 그와 겨룰 만한 사람이라곤 없었다. 그는 스스로 언제나 자기가 활을 제일 잘 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가 활을 쏘고 있는데 참기름을 파는 노인이 어깨에 메었던 짐을 내려놓고 활 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노인은 진요자가 쏘는 화살 열 개 가운데 아홉 개가 과녁의 한가운데에 맞는 것을 보고서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요자가 “당신도 활을 쏠 줄 아십니까? 나의 솜씨가 참으로 훌륭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노인이 “뭐 별로 특별한 비결이 있지는 않군요. 그저 손에 푹 익었을 뿐이군요!”라고 대답하였다. 진요자가 화가 나서 “어찌 겁도 없이 나의 활 쏘는 실력을 가볍게 본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노인이 “내가 참기름을 병에 부어 본 경험이 있어 그러한 이치를 알지요”라고 대답하였다. 말을 마치더니 호리병처럼 생긴 참기름병을 하나 꺼내서 땅 위에 내려놓고, 엽전으로 병 아가리를 덮더니 국자로 참기름을 떠서 병 속에 넣었다. 참기름이 엽전의 가운데에 뚫려 있는 조그만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데, 엽전에는 조금도 참기름이 묻지 않았다.

그러고는 노인이 “나도 뭐 별난 비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손에 푹 익었을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진요자가 웃으면서 참기름을 파는 노인에게 “많이 파시오”라고 말하며 배웅해 주었다. ‘귀전록(歸田錄)’(북송 때 구양수가 쓴 산문집)에 나온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참기름 파는 노인과 장자에 나오는 소를 잡아서 고기를 발라내는 포정(庖丁)이라는 사람이나 수레바퀴를 쪼아 만드는 윤편(輪扁)이라는 사람이 무엇이 다를 바가 있는가?

한 분야에 달인이라며 지나치게 재주를 과시하면 상대방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 자랑보다 겸손의 미덕도 필요하다.‘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원숭이를 일명 ‘잔나비’라고 하는데, 하는 짓이 경망스러워 붙여진 이름이다.

임신(壬申)은 뜻이 다르지만 임신(妊娠)과 음(音)은 같다. 임신(妊娠)은 ‘아이를 배다’이다. 즉, 지상의 모든 생명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임신일주(壬申日柱)는 성욕이 왕성한 대표적인 일주(日柱)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사에 추진력이 있고, 다재다능하여 자기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사회에 기여하여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너무 잘난척하는 행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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