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별을 보며 꿈을 투영했던 때가 있었다. 부족한 것 투성이 삶이었지만, 희망이 있어 행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팍팍해진 요즘 어쩌면 너무나 인간적인 본성을 되돌아볼 기회가 아닐까. 별 시리즈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꾸었던 아롱진 꿈을 위해서라고 자위한다. 짧은 글이나마 행복했던 추억을 불러내거나, 우리네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메신저였으면 참 좋겠다.
“별들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야.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할 거야”-‘어린 왕자’중
어린 시절,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가슴에 꿈 한 자락 품어보지 않았던 이가 있을까. 광활한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별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의 힘으로 별과 별을 선으로 엮어 그림을 만들고 이야기도 지어가며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펼쳤던 기억들이 있다.
어둠이 별을 낳은 저녁이면 밤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산 너머로 별똥별이 떨어지고, 마당 살평상에 누워 별을 장난감 삼아 놀곤 했다. 하나둘…. 그렇게 별을 세다 점점 눈으로 부서져 내리고 알알이 가슴에 박힐 즈음이면 스르르 잠에 빠지곤 했다. 아마 별꿈을 꾸며 단잠에 들지 않았을까.
이렇듯 별은 우리네 정서에 짙게 녹아들어 있다. 누구에겐 슬픔을 달래주는 위안으로, 또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이와 행복을 꿈꾸게 하는 설렘으로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주 속으로 달려가는 눈길을 따라 별을 향해 희망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별을 우리네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불빛으로 여겼던 것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하략)
우리 민족시인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이다. 별 하나마다 추억을 담아 우리 민족 정서와 함께하고 있다.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회상, 애환과 미련에 대한 대상, 추억과 생명에 대한 단상 등 삶이 된 별들이 거친 마음을 순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시로 승화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벗 삼아 희망으로, 꿈으로 엮었다.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로 하늘에 흩어진 별들을 그냥 바라보지만 않았다. 하늘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믿음 자체였던 까닭이다. 밤하늘의 별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홀로 외롭게 떨어진 별은 그리 많지 않다. 무리를 이루거나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옛사람들은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별을 이어 별자리로 만들기도 하고, 견우직녀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참으로 믿었다.
얼마 전 고인이 되신 이어령 님 말씀에, 별은 하늘이 만들었지만, 별자리를 만들어낸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한다. 같은 별자리를 두고도 민족과 나라에 따라 전설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와 생활방식, 역사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별자리가 생겨나게 되었다. 동양과 서양의 별자리가 각기 다른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하늘에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서양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뒤에 다루겠지만 일상에서 비롯된 기억이나 일상을 함께해온 인물은 물론, 일상에서 마주친 동물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별로 떠올렸다. 별과 나를 엮어 내 별을 점찍기도 하고,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다. 이는 별 하나에도 자아를 투영해 내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였다. /박필우(스토리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