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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연인의 신화 거문고자리

등록일 2022-11-13 18:33 게재일 2022-11-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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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거문고자리는 헤라클레스자리와 용자리 사이에 있다. 이 별자리 α별 베가가 직녀별이다. /일러스트 서경덕

옛날에 하프를 잘 켜는 음유시인 오르페우스가 트라키아 물의 님프 에우리디케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홀로 산책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재배의 신 아리스타이오스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뒤를 따라왔다. 이를 눈치챈 에우리디케가 숲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숲에 숨어있던 독사에게 물려 숨을 거두고 만다.

오르페우스는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찾으러 나섰다가 싸늘하게 죽어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 오르페우스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그날 이후 다시는 하프를 켜지 않았다. 슬퍼만 하던 그는 용기를 내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를 찾아가 아내를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길을 떠난 오르페우스는 타이나로스 곶에서 지하세계로 통하는 깊게 팬 구멍을 발견했다. 컴컴한 동굴에서는 퀴퀴한 냄새와 음침한 울음소리까지 들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세계에 도착한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에게 끌려가게 된다. 오르페우스는 하프를 연주하면서 아내를 돌려달라며 애원했다.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화가 났던 하데스 마음도 하프 소리에 조금씩 풀렸다. 그러나 지하세계에 만의 규칙과 질서가 있었다.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에게 조건을 걸었다.

“아내가 따라가고 따르지 않고는 그녀 의사에 달렸다. 너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뒤를 따를 것이다. 그러니 땅 위에 도착하기까지 말을 해서도 안 되고 뒤를 돌아보아서도 안 된다. 그 약속을 어긴다면 다시는 아내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돌려준다는 말에 기뻐서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정말로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뒤를 따르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지옥의 왕 하데스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동굴은 자신 발소리만 들릴 뿐 고요하기만 했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변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내 에우리디케가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에우리디케가 창백해진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어찌 이러십니까? 저를 믿지 못하셨나요? 약속을 믿지 못하셨나요?”

이 말을 마치자마자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오르페우스가 후회했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을 원망하던 에우리디케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산과 들을 이리저리 떠돌다 하프를 가슴에 안고 강에 몸을 던졌다.

하프는 주인을 떠나 홀로 아름다운 선율을 내면서 둥실둥실 떠돌다 바다까지 흘러갔다. 그러자 하프 소리에 매료된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주었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죽은 오르페우스가 영웅의 영혼만이 머문다는 낙원 엘리시온(Elysion)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이는 다분히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 의해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거문고자리는 헤라클레스와 용자리 사이에 있다. 이 별자리 α별 베가가 우리나라에서 칠월칠석 때 볼 수 있는 직녀별이다. 견우직녀 사연과 거문고자리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겹치면서 묘한 느낌을 준다.

이 신화가 주는 교훈은 사랑에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 앞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란 말이 생략되어 있으니 말이다.

/박필우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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