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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직고용 판결 ‘후폭풍’ 어디까지

전준혁기자
등록일 2022-07-28 19:58 게재일 2022-07-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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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 근로자 ‘최종 승소’<br/>   불법파견 소송 11년만에 판결 확정… 정규직 전환 기대감 커져 <br/>  제철산업 첫 사례에 현대제철 등 타 기업 현장서도 ‘쟁점’ 부상<br/>“업체 모두에 일률적용 힘들어” 선긋기 나선 포스코, 대책 고심  <br/>  경제단체들도 “현실반영 부족… 또다른 갈등 야기”우려 목소리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포스코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하청 직고용 문제가 제조업계 전반에 큰 화두로 떠올랐다.

당장 지역의 포스코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며 법원 판결을 환영하고 나섰다. 반면 포스코는 향후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타 제조업 기업들은 닥쳐올 여파로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경제단체들 역시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시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8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협력사 직원 총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정년이 지난 4명에 대한 소송은 각하하고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소송은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협력사 직원 신분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한 근로자 15명은 지난 2011년에, 추가로 44명은 2016년에 각각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는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지휘·명령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에서도 28일 최종적으로 협력업체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 후 광양을 비롯해 포항에서는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직고용이 이뤄질 것이다”라는 사발통문 등 기대감이 쏟아졌다. 포항 현대제철 등 타 기업의 근로자들 또한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 판결이 포스코를 넘어 제조업 전반의 하청 문제가 잘못된 것임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인 만큼 현장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각 회사 내 현장에선 “우리도 소송을 진행, 바로 잡자”는 얘기 등이 난무, 이 문제가 향후 노사 논의에서 쟁점사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날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대법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제철업계 최초의 불법 파견 대법원 선고와 확정판결을 환영한다”며 “포스코를 넘어 제조업에서 불법 파견을 중단시키고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관심사는 이번 판결의 당사자로, 현재 협력사 45개사에서 8천2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앞으로 어떻게 이 사안을 정리해낼지 여부다. 일단 포스코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확대해석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하청 직고용 문제의 주요 논점이 ‘업무의 연속성’과 ‘지시 여부’인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오래전 상황에 대한 판단으로 현재는 많은 변화가 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측은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다”면서 “하청업체 직원들의 업무가 포스코 직원들의 업무와 겹친다거나 포스코 직원들이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한다거나 하는 문제는 11년 전에 논란이 됐었던 것”이라고 정리했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회사 차원에서 해당 문제를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해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을 하청업체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판결은 존중하나 하청 직고용 등의 논란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긋고 나선 모습인 것이다. 그동안 이번 소송을 유심히 지켜봐 온 사용자측에서는 이번 판결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법원이 일부 공정의 도급생산방식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입장”이라며 “이번 판결은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의 변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판결은 협력업체가 별도의 사업 주체로서 소속 근로자들의 채용 및 임금 지급, 인사권·징계권을 행사한 부분을 간과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로 노사는 물론 노노간 갈등 등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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