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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직녀의 애틋한 사랑

등록일 2022-08-07 18:02 게재일 2022-08-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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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 /일러스트 서경덕

지난 8월 4일이 음력으로 7월 7일, 즉 견우와 직녀가 일 년 중 딱 하루 오작교에서 만나는 칠월칠석이었다. 하늘에 얽힌 전설 중에서 우리에게 견우직녀만큼 친숙한 이야기는 없다. 일 년에 고작 단 하루밖에는 만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기 때문이 아닐까.

동양에서 견우별은 ‘우리 별자리 28수’ 중 북방7수 7개의 성수 가운데 우수(牛宿)에 속하는 별인데, 서양에서는 염소자리에서 다비흐(Dabih)라고 부르는 β별이다. 그리고 직녀별은 여름밤부터 가을밤 사이, 길게 늘어선 은하수 서쪽에서 청백색의 1등성으로, 서양에서는 거문고자리 α인 베가를 가리킨다. 이 두 별은 해마다 음력 7월 7일이 되면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아주 가까워진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애틋한 전설을 만들어냈다.

옥황상제의 외동딸 직녀는 이름처럼 베를 아주 잘 짰을 뿐 아니라 미모 또한 하늘나라에서 으뜸이었다. 구름 옷감을 정성스레 짜고 있는 그녀 모습은 그야말로 선녀가 따로 없었다. 옥황상제는 그런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배필을 구해 혼인시켜주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가 은하수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였다.

은하수 위쪽에서 황소를 탄 한 젊은이가 늠름한 모습으로 피리를 불며 다가왔다. 목동 견우였다. 평소 견우가 예사롭지 않은 젊은이라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던 옥황상제는 그것이 정말인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살짝 찔렀다. 놀란 황소가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견우는 침착하게 소를 진정시키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피리를 불면서 멀어져갔다. 그런 견우의 모습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그를 직녀의 배필로 정했다.

그리하여 견우와 직녀는 축복 속에 혼인을 올리게 되었다. 둘은 서로의 사랑이 어찌나 깊은지 신혼 재미에도 푹 빠져들었다. 날이 갈수록 일은 모두 잊어버린 채 그저 놀며 즐길 뿐, 더 이상 소를 치고 베를 짜던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이를 지켜보다 화를 참지 못한 옥황상제는 직녀를 궁으로 데려와 견우와 떨어지게 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직녀는 식음을 전폐한 채 매일 울기만 했다. 하루하루 야위어가는 딸을 안타깝게 생각한 옥황상제는 일 년에 단 한 번, 견우와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대신 예전처럼 견우는 성실하게 소를 키우고, 직녀는 베를 짜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 단 하루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둘의 만남이 허락된 칠월칠석이 되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강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둘은 만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까마귀 떼가 날아와 서로 몸을 연결해 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둘은 까마귀 다리를 밟고 해후할 수 있었다.

그때 다리를 까마귀 떼가 놓았다고 해서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오작교라 한다. 그리고 칠월칠석에 내리는 비를 일러 둘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의미의 칠석비라고 하며, 그 다음 날 동틀 무렵 내리는 비를 두고는 두 사람이 헤어짐을 슬퍼하여 흘리는 눈물이라고 여겼다.

고구려 무덤인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동 고구려 고분벽화(408년)에 은하수 사이에서 소를 모는 견우와 개를 데리고 있는 직녀 그림이 발견되었다. 이렇듯 ‘견우직녀’ 설화는 칠월칠석의 민속과 함께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리고 사람에게 놀고 즐기는 것이 삶의 중요한 요소라면 그러기 위해선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박필우(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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