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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神曲)’ 열풍

등록일 2022-08-07 18:10 게재일 2022-08-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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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최근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군 것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신드롬에 이어 그가 애독했다는 단테의 ‘신곡(神曲)’열풍이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스승들의 가르침으로 ‘신곡’등 인문 고전을 읽고 리포트를 쓰고, 신문 등을 읽고 스크랩 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즉,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곡을 완벽하게 안 틀리고 치는 기교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을 더 중요시 한 것이다.

내가 20대에 처음 단테의 ‘신곡’을 읽고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것은 ‘지옥편’에 나오는 괴조 하르피아 이야기와 단테가 사랑한 베아트리체이다. 하르피아는 죽은 자를 다스리는데, 자살한 사람들이 받는 형벌로 죽은 사람을 식물로 변신시킨다. 이때 하르피아는 자살자가 변신한 식물에 둥지를 틀고 밤마다 잎을 갉아먹고 열매를 따 먹고, 배설물로 식물을 더럽히는 괴물이다. 그 식물이 낮 동안 새순이 싹트고 열매를 맺으면 밤바다 그것을 갉아먹는다. 식물로서 이 보다 더 괴로운 형벌은 없을 것이다. 그 당시, 절대로 자살을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러한 생각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신곡’을 읽어보았다. 재미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신곡’을 제대로 감상하게 된 느낌이다. 어쩌면 그동안 그리스 로마신화를 비롯하여, 그리스 철학, 로마제국, 기독교 역사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쌓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단테의 ‘신곡’의 원제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단테의 코미디(희극)’이다. ‘단테의 코미디’가 ‘신곡’이 된 것은 일본의 영향이 크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신곡’이라고 번역한 사람은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모리 오가이(森鷗外)이다. 1892년 안데르센의 소설 ‘즉흥시인’을 번역할 때 작품 속에 나오는 단테의 ‘단테의 코미디’를 ‘신곡(神曲)’으로 번역한 데에서 비롯되어 지금까지 정착되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1957년에 처음 번역한 ‘신곡’도 일본어판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바이다.

‘신곡’은 단테가 스승으로 여기는 고대 로마 최고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면서 실존했던 인물들이나 신화 속 인물들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옥에 떨어진 많은 사람들은 비록 세상에서 훌륭하게 살았다 하더라도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믿지 않았거나 우러러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신곡’에 대한 평가는 기독교권에서는 매우 높다. 특히, 거의 동시대에 활약한 작가 보카치오는 단테의 영향을 받아 최초의 단테 숭배자가 되어, ‘신곡’을 강연하면서 널리 알렸다.

반면, 이슬람권에서 ‘신곡’은 악마의 시로 취급되어 금서가 되었다. 또한, 단테에 의해 지옥으로 추락한 사람들의 자손이나 관계자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단테를 비판하기도 하였다.

연옥에 떨어진 사람들은 생전에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처음부터 자진해서 행하지 않은 게으른 사람들이다. 이 구분 역시 어딘가 묘한 설득력이 있다.

적어도 단테의 ‘신곡’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길라잡이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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