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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 교류를 위해

등록일 2022-09-18 18:03 게재일 2022-09-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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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이정희 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옛날이야기를 보면 “옛날 옛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습니다”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아마 이것은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화자가 할아버지나 할머니일 가능성이 크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주들을 무릎 위에 앉혀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정겹다. 그만큼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교류가 빈번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어른들이 “요즘 애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또한, “내가 어렸을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내가 자랐을 때와 달라도 너무 달라”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뒤따라 나온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또래간의 대면 커뮤니케이션도 서툴고, 세대간 커뮤니케이션은 더더욱 힘들어 한다. 굳이 집 밖에서 인간관계를 맺지 않아도 집안에서 비대면 교류가 가능해 지게 되었다.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서로 이야기 하면서 미묘한 감정 변화나 표정의 변화 등에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익명으로 얼마든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의견이 맞지 않는 다거나 가치관이 다를 경우에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으면 되고, 상대가 싫어지면 관계를 끊으면 된다. 이런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성립된 것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같은 또래, 같은 나이의 동급생끼리만 접할 기회가 대부분이고, 다른 연령층과의 교류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예를 들어 노인들과 중고등학생들과의 교류, 또는 노인들과 초등학생, 유치원생들과의 교류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나이의 동급생끼리의 관계 속에서 성장해 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세대간의 관계가 결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 환경 속에서 의도적으로 세대간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세대간 교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대간 교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너무 부족하다.

먼저, 곳곳에 있는 경로당과 노인정 등은 명칭을 바꾸고 세대간 교류의 장으로 마련했으면 좋겠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야 하겠다. 여기에 대학교육에서 세대간 교류를 위한 새로운 강의가 개설되면 좋겠다.

세대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해결하거나, 예방하여 살기 좋은 건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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