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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데모크라시

등록일 2022-11-30 19:28 게재일 2022-12-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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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찬 경주대 교수
유성찬 경주대 교수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의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다. 백인들이 인디언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었다. 수업시간에 시험을 치르게 됐는데, 교사가 문제를 내자 인디언 아이들이 한 아이를 중심으로 여럿이 모이는 것이었다. 백인 교사가 아이들에게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따로따로 앉아 혼자서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인디언 아이들의 항의가 있었다. 어려운 문제는 친구들과 함께 풀어야 쉽게 풀 수 있는 것이라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인디언 아이들이 인디언 사회에서 배운 교육은 백인 교사의 그것과는 달랐던 것이다.

미국사회의 프래그머티즘 교육체계에서는 학생 개인의 학습 효과와 능률을 올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또 서열을 중시하는 학업경쟁사회에서는 혼자서 공부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맞는 방식이겠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옳은 방식이 아닌 것이다.

회의 참여자의 자유로운 발표와 토론을 중시하는 브레인스토밍 회의만 떠올려봐도 문제의 해결은 혼자 똑똑하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반증한다. 브레인스토밍은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는 지름길이라고 가르친다.

영어 데모크라시(Democracy)는 민주주의라고 번역한다. demo는 대중, cracy는 통치·지배라는 의미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데모크라시, 민주주의는 이데올로기나 이즘(ism)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학습과 토론의 방법론은 문제해결의 방식이지 이데올로기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두가지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아닐 것이기에 상황에 따라 논의의 방식은 변경될 수도 있다. 생명을 다루는 전문기술인 의술에 있어서는 가장 임상경험이 많은 숙련된 의사의 판단이 맞을 가능성이 확실히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외는 많을 것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그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방법론이 가장 민주적이고도 옳은 방식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구기후의 위기’라고 말한다.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행이다.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에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문제해결 가능성의 전제조건에 인간의 실천력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민들의 의지와 투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행동에는 참여와 데모크라시가 필요하다.

수소에너지(CG).  /연합뉴스TV 제공
수소에너지(CG). /연합뉴스TV 제공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미래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힘, 시민들의 자각된 정신과 스스로의 의지가 필요하다. 일단 시민들이 많이 모여야 한다. 시민의 참여도가 높아야 문제의 해결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몇몇 엘리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지구의 기후위기에는 인간생활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문제의 핵심과 실천력에 대해 느끼고 반응하는 지역시스템, 데모크라시가 존재해야 한다.

데모크라시가 존재하는 조직이 어떤 것이 있을까? 참여의지가 있으면 자유롭게 참여하고 발언을 할 수 있는 조직의 형태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포럼(forum)의 형태일 것이다. 포럼이라는 말 자체에 ‘광장’이라는 뜻도 포항되어 있다.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 시민사회영역, 여성, 장애인, 일하는 사람들, 농업관련인, 어민, 산림업인, 지방정부의 유관단체들 등 참여가능한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참여에 벽이 있을 수 없다. 공동의 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참여, 그 자체가 문제해결력인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가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고, 탄소중립만이 대한민국의 수출주도형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그러기에 포스코를 위시한 철강산업과 배터리산업을 친환경적으로 이룩해나가는 노력들이 필요한 포항에서는 산업체와 지방정부, 관변단체들, 지역언론,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더 큰 ‘탄소중립포럼’이 필요하다.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해 산성비, 황사와 미세먼지, 오존층파괴, 환경호르몬, PM2.5, 미세플라스틱, 수은중독 등의 환경오염으로 인한 문제들도 해결해가야 하지만, 지구환경위기의 근원적인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의한 기후변화위기이기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에는 범시민적인 어젠다를 형성해야만 해결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지구가 산업혁명 이전 보다 1.5℃가 더 뜨거워지면 지구의 파멸은 돌이킬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 2015년 12월의 파리기후협약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자는 국제적인 약속,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요즘은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체와 산업시설에서는 탄소에너지 저감과 이산화탄소 배출의 감축을 논의되지 않는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학교에서는 환경교육 시간에 주부들은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면서 배우게 된다.

이렇듯 가정, 학교, 직장에서도 기후변화, 이산화탄소, 온실효과 등이 대화내용으로 올라올 정도이므로,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와 실천에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지역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앞에서 말한 탄소중립실천을 위한 조직인 탄소중립포럼은 열린공간을 의미하며, 몇몇의 시민단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역량을 총합하여 만들어져야 할 것이며, 그것이 데모크라시이며 ‘광장’일 것이다.

특히 뜨거운 용광로를 끌어안고 생활해야만 하는 세계적인 철강도시 포항이라면 모든 시민사회역량이 모여 탄소중립사회로 전진하기 위한 힘들을 모아야 한다. 공동의 힘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모크라시가 최선의 방도이다. 다른 방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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