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시간, 교문 안쪽에 낯선 커피차가 있어 교문을 들어서던 교사들과 학생들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때 4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세 남자가 커피차 앞에 나와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은 강상균, 조재익 두 교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었다. 세 제자는 평소 두 은사님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할 색다른 방법을 찾던 중 커피차를 떠올렸다. 두 교사의 이름으로 다른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세 제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특별한 모닝커피를 받아든 150여 명의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의 얼굴엔 밝은 웃음꽃이 번져나갔고 그 이야기는 종일 교내를 훈훈하게 떠돌았다. 제자들의 마음이 기특한 한편, 두 교사가 부러웠다고 그 자리에 있었던 몇몇 선생님들은 전했다.
강 교사와 조 교사는 “이런 건 연예인들에게만 있는 행사인 줄 알았지요. 제자들의 정성이 고맙기는 하지만 올해는 특히 물가상승으로 다들 어려운 때라 즐거운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간혹 졸업한 제자들이 좋은 일이 있어 밥을 한 끼 사거나 술 한 잔 대접하겠다고 해도 망설일 때가 있는데….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라며 웃었다.
마침 이날은 수능성적 통지가 있었다. 수시에 합격한 다수의 고3 학생들이 느긋한 한편 일부가 정시원서를 준비 중인 인문계 고등학교의 12월은 마지막 수확의 긴장감이 남아있다. 2학기말 시험을 앞둔 고1, 고2 학생들과 교사들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막바지 과정을 숨차게 달리는 때이기도 하다. 제자들의 커피가 잠시나마 긴장을 푸는 시간이 되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교권이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심지어 교권상실의 시대라고 한다. 얼마 전, 훈계하는 담임교사의 뺨을 때린 초등학생의 뉴스는 전국의 교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선인들의 가르침은 오래전에 박제되어 박물관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다고 자조하는 교사들도 많다.
이런 때에 세 제자의 ‘커피차 보은’미담은 그 고등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겨울 한파를 녹이는 훈훈한 이야기로 소리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윤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