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CJ제일제당의 이상한 공급가 인상 ...유통업체·농민·소비자 외면

박형남 기자
등록일 2022-12-21 15:14 게재일 2022-12-21
스크랩버튼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은 상생의 의지 대신 이익만 취하고 있는 걸까. 즉석밥 시장에서 67%를 점유하고 있는 ‘햇반’의 공급가격을 인상하면서 정작 원재료를 공급하는 농민들 뿐 아니라 유통업체 및 소비자까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 즉석밥 매출 1위 제품인 햇반 205G(36입) 가격의 지난 1년(지난해 11월 대비 올 11월) 공급가 인상률은 9.2%다. 소비자가 인상률이 1.3%라는 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이 격차는 CJ제일제당의 이익률과 관련이 있다.

앞서 밝힌대로 햇반 공급가 인상률은 9.2%, 소비자가 인상률은 1.3%다. 햇반 큰공기 300G(18입) 제품은 공급가가 9% 이상인데 소비자가는 1.9%밖에 오르지 않았다. 현미쌀밥 210G(8번들)의 공급가 인상률은 무려 24%에 달할 정도다.

소비자가 인상률과 비교해 공급가가 7.9% 오른 것인데 쉽게 말하자면 CJ제일제당이 공급가를 크게 올렸음에도 유통업체들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우려해서 이를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일례로 CJ가 햇반 공급가를 인상하는 와중에도 쿠팡은 햇반 205G 36입 소비자 가격을 3만 3400원(5월)→3만 3000원(11월)으로, 작은 햇반(130G) 36개입은 3만원 초반(5월)에서 2만9천원 초반(11월)으로 오히려 내렸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햇반 가격을 올리더라도 유통사들은 소비자 충격을 생각해 가격 방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CJ제일제당과 온라인 플랫폼 쿠팡이 즉석밥 ‘햇반’의 납품 가격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최근 공급 관련해 입장차를 보이며 대립했다. CJ 측은 쿠팡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여러 제품 발주를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공급가를 크게 올린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이 소비자가를 올리지 않은 것은 CJ제일제당만 큰 이익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일각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고물가 행진 속 서민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기업의 이익만 생각하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쌀값이 최대 폭락세에 즉석밥 가격은 인상된 상황은 인건비 등 각종 물가가 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김모(38) 씨는 “뉴스를 보다보면 원재료값이 하락해도 해당 원재료를 가공한 제품들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면서 “고물가 행진 속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대형마트와 유통 플랫폼들이 발벗고 나서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하고, 상생을 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자기 주머니만 챙긴다는 게 화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포항시 주민도 “다른 제품들 가격이 모두 오르기에 햇반도 당연히 오른 건줄 알았다”면서 “쌀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CJ가 제품 가격을 훨씬 많이 올린 것도 아이러니한데 유통업체들이 그 충격을 흡수한다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CJ제일제당은 왜 공급가를 인상한걸까. CJ제일제당 측은 쿠팡과 대립 당시 LNG와 인건비 등 인상으로 인해 햇반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의 말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즉석밥에서 국내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정도이며, 포장비용이 30%, 물류비와 인건비 등 기타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쌀값이 주를 차지하는 셈인데 CJ가 연료비인 LNG와 인건비 등을 이유로 내세우는 건 어폐가 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CJ가 언급한 LNG 인상 수준도 CJ주장과 다르다는 것이 소비자협의회 분석이다. 해당 협회 분석에 따르면 햇반 제조공장이 위치한 부산, 충청의 LNG 인상 수준은 CJ의 주장과 달리 60%대 초반 정도다. 또 햇반의 제조원가는 2021년 대비 2022년 3% 올랐지만 소비자가가 7.7% 상승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제조원가 상승률 대비 소비자가 상승률이 2~3배 높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원재료인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을 외면한 처사라며, 상생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쌀(정곡 일반계 20KG 기준) 가격은 지난해 11월 5만 3643원이었던 것이 올해 3월 5만 128원으로 떨어졌고, 9월에는 4만 1185원까지 폭락했다가 최근에야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CJ는 쌀값이 하락세던 올해 3월 햇반 공급가를 9.2% 올렸다.

땀흘려가며 쌀을 생산해낸 농민들에게는 쌀값 하락으로 정작 제대로 된 수입이 돌아가지도 않는 상황에서 대기업은 공급가를 올려가며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단체가 나서 농민 단체와 손잡고 햇반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같은 상황은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CJ제일제당이 국내 식품업계 1위 업체이고 즉석밥 시장에서 67%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햇반 원료 쌀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품업계의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격 인상을 억제하라”고 당부했다.

결국 농민-CJ제일제당-유통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망에서 가장 이익을 본 건 CJ제일제당인 셈이다. 식품업계에서 깨끗한 이미지와 맛으로 소비자 신뢰를 받아온 CJ제일제당의 이면은 대기업의 횡포와 다르지 않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경제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