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번 설날에 뭐했어?… 가족·친구들과 윷놀이 했지!

윤종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1-24 17:51 게재일 2023-01-25 12면
스크랩버튼
최대 명절 설 “전통 삼매경에 빠진 하루” (CG). /연합뉴스TV 제공
해마다 퇴색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 설날은 가장 큰 명절이다. 음력으로 정월 초하룻날, 설날에는 한해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연시제(年始祭)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린다. 세배 온 손님에게 술·고기·떡국을 대접하고 친척과 친지를 만나면 ‘덕담(德談)’을 주고받는다. 남녀노소가 윷놀이를 하고, 부녀자들은 널뛰기, 남자들은 연날리기를 한다. 이른 아침에 복조리를 벽에 걸거나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기도 한다.

2023년 설은 지난 추석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두 번째로 맞는 명절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고향방문길도 지난해보다 정체가 심했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어르신들은 물론 직장과 학업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설 명절은 손꼽아 기다렸던 날이다. 명절 음식을 나누고 먹고 재미난 시간을 보내면서 따뜻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어디서나 훈훈한 광경이었다.

고향에 갔다가 동창동기들을 만났다. 한동안 안부를 묻고 나서 몇 년 전에 혼자 사시던 모친마저 별세한 친구의 고향집에 모여 앉았다. 고향 생각, 부모님 생각에 설날에는 꼭 고향을 찾는다는 말에 모두 숙연해졌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는지 친구가 모처럼 만났으니 예전처럼 윷놀이 한 판이나 놀자며 윷 도구를 꺼내왔다.

윷가락을 한 손에 모아 쥐고 공중에 던진다. 하나만 배를 보이면 된다. 펼친 담요 위에 세 개가 엎드렸고 마지막 하나가 옆으로 서버렸다. “이건 모로 봐야 해. 아니, 도다. 서로 원하는 괘를 외치는 사이 모로 서있던 윷가락이 그만 항복하듯 엎어져버렸다. 석동사니로 뭉쳐 있던 말들이 다섯 밭을 달리다가 ‘퐁당’이라고 써놓은 동그라미 속으로 쏙 빠져버렸다. 던진 팀의 외마디 탄식은 상대편과 구경꾼의 왁자한 함성과 웃음소리에 묻혀버렸다.

아내들은 도르리로 음식을 내어오고 남편들은 짬짬이 술잔을 비웠다. 술기운에 붉어진 친구들의 얼굴에는 놀이의 흥으로 후끈 달아올랐고 창밖에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막 몽우리를 피운 매화 가지를 흔들었다. 한데추위와 아랑곳없이 땀방울이 콧잔등에 송송 맺혔던 얼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떠오른다. 설 연휴의 한 때가 흑백사진으로 남겨졌다.

고려말 ‘목은집(牧隱集)’에서 이색(李穡)은 저포를 세시풍속이라 했다. 윷판과 윷말을 써 가며 저포놀이를 하는데, 변화가 무궁하고 강약을 가릴 수 없는 이변도 생겨 턱이 떨어질 지경으로 우습다고 했다. 남녀노소가 어울려 윷놀이하는 광경을 그린 시(詩)도 있는 걸 보면 윷놀이는 꽤 오래된 우리 민중의 놀이인 듯하다. /윤종희 시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