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집에 봄채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남편은 홍매실, 청매실, 자두, 사과, 샤인머스켓, 블루베리 등의 과일나무를 잔뜩 사서 집안 곳곳에 심었다. 난 올망졸망한 다육이를 30개나 들였다. 화분에 옮겨 심었으나 밤이면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를 못 이길까 염려되어 방안에 모셔두고 있다. 엔간히 따뜻해지면 댓돌 옆에 가지런히 내놓을 참이다. 마당 뜨락 한켠에 심을 꽃은 무엇으로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꽃잔디, 채송화, 패랭이와 같이 땅에 납작 엎드려 피는 잘디잔 꽃이 이쁜 걸로 구상 중이다. 우물이 있는 경사진 너른 터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쉽게 심고 가꾸기 좋은 종류를 폭풍검색. 처음엔 청보리를 심으려 했다. 다 자란 후의 뒷처리가 힘들다니 패스. 유채꽃은 비교적 수월하고, 3월 초에 씨 뿌리면 5월초부터 노란 꽃을 즐길 수 있단다. 바로 꽃씨를 주문하고 심는 법을 찾아 숙지했다. 심기 1~2주 전 미리 땅을 한 번 갈아엎은 뒤 퇴비를 뿌려 주란다. 지난주 이틀을 잡초 뿌리를 뽑고, 돌을 가려내었다. 제대로 할지 걱정이지만 일단 씨는 뿌려봐야지.
작년 6월, 육신사가 있는 달성 하빈의 이 집을 얻었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부인 박두을 여사의 생가였다. 처음 소개받았을 땐, 순천박씨 집성촌인 이곳에 타성받이로 와 사는 것에 주저했다. 높은 기와담장이 있는 주위의 다른 집과는 달리 울타리도 대문도 없는 한데집이라 다소 휑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마루에 걸터앉아 앞의 산을 바라보는 탁 트인 시야가 시원했다. 비 오는 날, 기와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 패는 마당이 예뻤다. 아파트살이가 슬슬 싫증나던 참이기도 하고, 한창 흙장난하며 놀고 싶어할 손주들을 위해서도 좋을 듯 싶었다.
며칠 뒤 손자를 데리고 왔다. 무작정 들어온 집이 누구집이냐고 묻길래 네 집이라고 했다. 내 집 아닌데 하더니 그럼 ‘모두의 집’이라고 하면 어때요? 제안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나와 동생의 집. 그리하여 이 집은 ‘모두의 집’이 되었고 이름 대로 정말 우리 가족 포함한 모두의 집이 되었다. 서울의 손녀들도 하루를 묵더니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모두의 집이니 언제든 올 수 있다며 겨우 달랬다.
울도 담도 대문도 없으니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들어와도 되니 모두의 집이기도 했다. 모두의 집이니 누구든지 와서 묵어도 좋다고 지인들에게 광고했다. 육신사의 내력과 동네 자랑도 했다. 내친김에 육신사와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상화기념관을 엮어 ‘대구명문가기행’이라는 프로그램도 짜서 뿌렸다. 초등학교 동창들은 며칠을 묵었다. 또 아름다운 동행이라 이름한 성인학습자동기들도 다녀가고, 기업체모임도 가졌다. 함께 여행지산책을 하는 지인들, 코로나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외가쪽 동기간 모임도 밤새워했다. 손주 친구도 초대하여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이제 모두의 집에 봄꽃이 환하게 피면 모두가 와서 즐겼으면 좋겠다. 육신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되어도 좋겠다는 야심찬 바램으로 열심히 봄단장을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