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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오릉서 풍욕으로 묵은 껍질 날려 보내세요”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3-28 16:19 게재일 2023-03-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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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 소나무 숲 산책로 따라 걸으면<br/>피톤치드 가득한 바람에 평안 찾아
경주 오릉 소나무 숲.
삼림욕 하기 좋은 계절이다. 수목이 울창한 산속을 걸으면 누구나 상쾌한 기분이 되는데, 그 원인의 하나는 ‘피톤치드’라고 하는 방향성 물질이 수목에서 발산돼 인체에 건강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숲을 통과한 바람이 몸에 와 닿으면 사람 또한 나무처럼 푸르러진다.

나무에서 태어난 종이도 이렇게 바람을 쏘여야 한다. 일명 포쇄라고 하는데, 책이나 옷 등의 습기를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 것이다. 포쇄는 고도서에 한한 문제인데 책을 거풍(擧風·바람을 쐬는 것)시켜서 습기를 제거해 부식 및 충해를 방지시킴으로써 서적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지나 중국지는 충해나 부식이 심해 포쇄가 필요하지만, 양지로 된 도서는 필요 없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정기적으로 거풍시켜줘야 건강해진다. 특히 겨울을 지나며 햇살을 덜 받아 약해진 피부에 탄력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경주 오릉이 그런 장소로 적당하다.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왕과 왕비 알영부인, 제2대 남해왕, 제3대 유리왕, 제5대 파사왕을 한 자리에 모셨다고 해 오릉이라 한다. 너른 뜰 안에 소나무 숲이 있어서 산책로 따라 걸으면 피톤치드 가득한 바람이 솔솔 불고, 대나무 숲길도 있어서 바람이 지날 때면 그 소리가 산책객을 편안하게 만든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능 주변을 둘러쌌다. 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능의 주인을 기리는 모양새다. 소나무는 햇볕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능 쪽으로 굽게 됐다. 이리저리 굽은 소나무 사이를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면 오릉이 세 개였다가 네 개로 보이다가 한다.


바람으로 목욕하는 것을 풍욕이라 한다. 즉, 피부가 자연의 바람으로 몸의 안팎을 씻어내듯이 호흡하고, 바람의 작용으로 몸속의 노폐물과 독소를 몸 밖으로 발산하는 것을 말한다. 풍욕은 아토피나 피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꾸준히 실행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걷기에 적당한 기온과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이 봄에 몸을 맡기고 겨울의 묵은 껍질을 날려 보내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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