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br/>초·중학생 ‘별일 아니라고 생각’<br/>고교생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br/>학년 오를수록 해결 기대 낮아져<br/>지역서도 자녀의 폭력 피해사실<br/>교사 미온적 대처 등 문제 제기<br/>교육전문가 “학생들 방관보다<br/>어른들의 무관심이 더 무서워<br/>해결 위해서는 사랑·관심 필요”
# 지난달 중순쯤 지역의 한 커뮤니티에 “반 친구가 매일 아이들을 때린다고 하는데, 저는 그 학폭을 신고하고 싶은데….”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이어 그는 “(그) 아이가 매일 수시로 학생들을 때린다고 해요. 선생님께 말했는데, 큰 조치가 없었고 가해학생이 저에게 반성문을 써서 보냈는데 사인을 해달라기에 하지 않았다”며 “(우리) 아이는 더 맞고 싶지 않데요”라고 토로했다.
최근 포항 지역에 거주 중인 한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학폭)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그는 아이의 담임교사에게 이같은 상황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로 설명했지만, 교사는 ‘증거를 직접 수집하라’, ‘기다려 달라’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 속이 상한다고 전했다.
최근 연일 세상이 학폭문제로 떠들썩하다. 일선 학교에서도 크고 작은 학폭 문제가 좀처럼 숙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학교폭력을 당한 고등학생이 학폭을 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용없을 것 같아서’를 가장 많이 지목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일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학교폭력 피해를 겪은 뒤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은 2022년 9.2%를 차지했다.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스스로 해결하려고 △별일 아니라고 등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다만, 해당 답변 양상은 학교급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초등학생의 경우 지난 2019년 조사에서는 ‘스스로 해결하려고’라는 응답 비율이 25.6%로 가장 높았지만, 2018년과 2020∼2022년 등 4개년 내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 비율이 제일 높았다.
중학생 역시 5개년 모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고등학생의 경우 2018·2019년에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각 25.3%와 30.9%로 1위였고, 2020년·2021년에는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가 35.2%와 29.7%로 1위를 기록했다. 미신고 이유 선택지 중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는 2020년 조사부터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로 바뀌었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응답인 셈이다.
학교폭력을 겪고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은 늘었지만 교사·학부모·다른 친구 등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 고교생의 경우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매우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의 한 교육 전문가는 “학교폭력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방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른들의 무관심”이라며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선 학부모, 교사를 비롯한 모든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