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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도 맛있는 ‘황촌 체험기’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3-04-23 18:06 게재일 2023-04-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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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소통 음식·문화교류 <br/>요일별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요리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는 행사 주최자들.

지난 화요일, 천둥 번개가 소란스럽던 날 경주시 양정로 황촌을 방문했다. 실내엔 헨젤과 그레텔의 배경이 된 검은 숲에서 찾아온 두 명의 청년 파비앙과 필립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한국어가 능숙했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바깥 날씨와는 상관없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도시재생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황촌에서는 매주 같은 요일별로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행복황촌 블로그(m.blog.naver.com/happyhwangchon)에 프로그램 공고가 올라오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이메일 혹은 방문 접수로 선착순이다. 필자가 방문한 화요일은 ‘행복황촌 다문화 교류 프로그램-세계 음식문화 나눔파티’가 운영되는 날이었다. 경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과 각자의 나라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문화교류를 위해 마련된 시간이다.


시작은 독일과 이웃한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관계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출발했다. 인접한 국가들로 역사적 관계부터 현재의 상황까지 쉽게 풀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경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집은 독일인데 스위스로 출퇴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3면이 바다인 한국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흥미롭고 매력적인 부분이다.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유명인들을 소개하면서 퀴즈 시간도 가졌는데 참여자들의 해박한 지식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 중 단연코 인기는 음식 소개 순서. 우리에겐 돈가스로 익숙한 오스트리아의 슈니첼. 이날 준비된 메뉴이기도 했다. 슈니첼은 감자 샐러드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에는 감자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마치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 쌀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말이다.


감자 샐러드에 식초가 들어가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사람의 이름에서 딴 초코케이크인 ‘자허토르테’, 그리고 아펠 슈트루델에 이어 스위스의 치즈, 초콜렛, 아클렛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었다. 두 청년이 설명을 마치고 요리 준비에 들어간 사이 참여자들을 긴장과 몰입으로 몰아갔던 블록 쌓기가 시작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친환경 레고인 바이오블로는 밀, 톱밥, 재사용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졌는데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며 자연적으로 썩는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안정적으로 쌓기 쉬운 10그램에 맞추기 위해 48개의 벌집 모양의 구멍이 뚫려있다. 끼우는 부분이 없으며 오롯이 쌓아 올리기만 해서 만드는 블록이기 때문에 순간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다.


마치 도미노 게임을 연상케 했다. 이 날은 경주를 상징하는 다보탑을 만들기로 했다. 웃음으로 시작된 블록쌓기는 층이 오라 갈수록 실내는 엄숙함 마저 맴돌았다. 겨우 탑이 완성되었을 무렵 혹시나 놓칠까 다들 기록용 사진부터 남기기 바빴다.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오늘의 소개 음식인 슈니첼과 감자 샐러드였다. 두 청년은 감자 샐러드 만드는 방법과 한국 내에서 대체 구입 가능한 식재료를 소개했다. 그 쪽 음식은 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담백한 맛의 감자 샐러드는 리필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인기였다. 이어 일본식 돈가스보다는 한국의 경양식 돈가스를 닮은 원조 음식 슈니첼에 대한 요리 설명과 시식이 이어졌다. 망치로 얇게 고기를 두르려야 한다는 슈니첼은 얇고 바싹한 게 맛이 일품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리필을 요청했다.


웃고 즐기느라 준비된 1시간 30분을 조금 넘긴 시간이 되어서야 체험은 종료되었다. 따로 소개 시간은 없었으나 블록 쌓기와 음식을 나누다 보니 옆 사람과도 이미 알던 지인처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덕에 혼자 참여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체험이었다. 경주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재밌고 맛있는 황촌을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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