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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글쓰기

등록일 2023-07-02 18:04 게재일 2023-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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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6월 30일까지 학생들의 성적을 처리해야 했기로 지난 며칠 답안지를 붙들고 씨름했다. 채점할 때마다 절감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의 글 쓰는 능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 어떤 경우에는 아, 이 정도까지 떨어질 수 있나, 하는 자괴감(自愧感)이 찾아오는 수도 있다. 대학생들이 쓴 답안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오류가 곳곳에서 나를 급습한다.

2023년 1학기 채점 답안지 가운데서 나를 웃기고 울렸던 몇몇 구절을 소개한다. 지난 학기 강의 제목은 ‘동서 고전의 만남’이었고, 강의 내용은 세계 4대 문명과 초원 문명에서 시작하여 야스퍼스의 ‘축의 시대’를 지나 육상제국과 해양제국, 유라시아와 한반도, 사마천의 ‘사기’와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본의 ‘일본서기’를 살펴보고, 공자의 ‘논어’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문 원본을 학생들에게 한 문장씩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

인상적인 대목은 우즈베키스탄이나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에겐 한문 쓰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한국이나 중국 학생들도 ‘논어’와 ‘도덕경’ 한문이 어렵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에서 고전 공부를 등한시한다는 자명한 결과와 이런 교육은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결론과 만난다. 최소한의 한자와 한문 교육이 필요한 본보기를 들겠다.

답안지 원문과 수정된 문구를 보이겠다. “정책을 체택했다 -> 정책을 채택했다”, “항일전쟁 발생이 발생하고 -> 항일전쟁이 일어나고”, “중국을 부요케 한다면 -> 중국을 부유하게 한다면”, “논-공업 경제정책 -> 농공업 경제정책”, “학점을 매게로 -> 학점을 매개로”, “모택동의 소련과 다른 중국식 공산주의를 대두하며 혁명 시작 -> 소련과 다른 중국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모택동은 혁명을 시작했다”, “폐쇠적인 정책 -> 폐쇄적인 정책”, “중국은 흰백묘, 하얀 쥐라도 상관없이 잡는다 -> 등소평은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하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답안지를 채점하는 일은 고문에 가깝다. 대체 중고등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생각하며 글을 쓰게 했는지, 중고교 교사들에게 묻고 싶다. 아니, 학원의 일타 강사들에게 물어봐야 하나?! 이런 엉터리 말고도 우리말조차 제대로 못 쓰는 답지도 흔하다.

“집권이 끊나고 -> 집권이 끝나고”, “사사로운 일에 얽메이지 말고 -> 사사로운 일에 얽매이지 말고”, “모안영도 포함이었으며 -> 모안영도 포함되었으며”, “내새우고 있다 -> 내세우고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것이 낫다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메뚜기 때 -> 메뚜기 떼”, “안좋은 되풀이만 발생했다 -> 좋지 않은 일만 되풀이되었다”

거점 국립대학교인 경북대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거론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2023년 대한민국의 대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학의 필요성을 다시 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지식 유튜브와 케이무크(KMOOC) 같은 열린 인터넷 강의가 수두룩하다. 결혼과 취직을 위한 대졸자 양성이 대학의 존립 근거인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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