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과 아이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
인용문은 서울 교사노동조합이 7월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 일부다. 스물세 살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했던 교사의 깊은 한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그녀를 머나먼 곳으로 떠나보낸 두 가지 근본 원인이 글에 담겨 있다.
초등학교 담임교사에게 떨어지는 과중한 업무가 그 하나고, 아이로 인해 벌어진 난리 북새통이 그 둘이다.
언제부턴가 대학에도 수많은 잡무가 부과되고 있다. 교육부가 강제하는 잡무 때문에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야 할 젊은 교수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예컨대 지난 5년 동안 교육부에 신고하지 않고 참가한 회의나 외부강연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무슨 수로 그것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단 말인가?! 그런 자료가 필요하다면 해마다 자료 제출하라고 요구할 것이지, 이 시점에 무슨 이유로 교수들을 들볶는가?!
국립대학이 이 모양 이 꼴이니 초등학교 초임 교사에게 떨어지는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업무가 얼마나 많을 것인지, 가늠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초등교사의 가장 큰 소명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일이지, 자잘하고 쓸모없는 잡무가 아니다.
왜 그들에게 사무 관료의 사고방식을 강제하는가?! 아이 가르치는 것을 능가하는 숭고하고 중요한 일이 세상에 또 있는가.
아이로 인해 생겨난 난리 때문에 경험도 없고 마음도 여린 교사는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교육부 장관, 교육감, 학교장, 교사, 학생, 학부모 가운데 누구인가?! 왜 서이초 어린 교사는 극단적인 선택에 홀로 내몰린 것일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며, 어디에도 손들어 저항하거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길 없는 참혹한 현장으로 내몰린 것일까?!
교육이란 미명(美名)으로 ‘사랑의 매’라는 허울로 포장된 폭력적인 교육을 받아온 나도 알 수 없는 게 학부모들의 온갖 분탕질이다.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 소중한 것쯤은 알아야 할 텐데, 요즘 학부모들 수준은 경이로운 지경이다.
담임교사가 아이를 조금만 혼낼라치면 ‘아동학대’란 이름으로 협박하며 교사를 윽박지른다.
이런 지경이니 교사가 마음 놓고 학생 지도에 나설 수 있겠느냐 말이다. ‘숨이 막혀 오고,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한’ 상황까지 교사를 몰고 간 교육 당국과 학부모가 이번 참사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세월호 대참사와 이태원 참사도 모자라 이제는 교사마저 죽음으로 내모는 나라에서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젊은이들을 비난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참담하고 암담하며 또다시 참혹한 내 조국 자유대한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