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려고 할 때 나를 밟고 지나가라면서 길에 누운 정치인이 있었다. 그가 만약 살아있다면 “할아버지 그때 왜 그러셨어요”하고 손자가 물을 때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내가 안목이 짧았다고 하면 손자가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까지는 버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할아버지는 솔직한 분이시라는 자긍심은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반면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했다면 손자는 픽 웃고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더는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엄마는 수입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고 데모를 하고는 왜 저에게 수입 쇠고기만 사다가 요리해 주세요라고 아들이 질문하면 엄마는 어떤 대답을 할까? 사드가 설치되면 모두 통닭구이가 된다고 외치던 사람은 성주참외를 안 사먹는지 모르겠다.
평택에 미군기지가 들어오면 안 된다고 주민등록까지 옮긴 후 데모하다가 밀린 월세도 안 내고 슬그머니 사라졌던 사람들이 요즘은 어디 가서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어떤 사람은 일제강점기 때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을 돕겠다고 모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횡령하기도 했고, 또 이를 이용해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피해 할머니들이 우리를 위해 해준 게 뭐 있느냐고 물으면 묵묵부답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국회의원은 총리에게 오염수가 섞인 바닷물을 마시겠는가 하고 질문했다. 그에게 그의 아들이 아버지는 오염수가 섞이지 않은 바닷물을 마실 수 있어요? 라고 하면 아들이 보는 앞에서 짠 바닷물을 마실 수 있을까?
왜 자기는 오염처리수가 섞이지 않은 물도 마시지 못하면서 총리에게는 오염처리수가 섞인 바닷물을 마시라고 할까? 회의 중에 주식을 거래하고 코인을 구입한 국회의원이 자식들에게 수업시간에 딴 짓 하지 말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특목고 폐지하라고 하면서 자기 자식은 해외 유학 보내는 어른은 또 뭐고, 반일을 위해 모두 죽창을 들자고 했던 사람이 일제 볼펜을 쓰는 건 또 뭔가? 또 다른 반일주의자는 일제 샴푸를 쓰다가 들통이 나니까 샴푸를 안 쓴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가 사진이 공개되어 비웃음을 샀다.
입만 열면 모든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면서 내가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만큼만 조사받겠다고 하는 건 또 뭔가? 이건 특권이 아니고 모든 국민이 누리는 일반적인 권리인가? 이분도 황제의 DNA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황제처럼 성장했나? 모두 아이만도 못한 어른들 아닌가?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교정 밖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요즈음 광복회까지 나서서 난리다. 애초에 육사 교정에 이분들의 흉상을 세운다고 했을 때부터 말이 많았다. 육사 교정에 세우는 흉상은 육사에서 세울까 말까부터 시작해서 세운다면 누구를 세울 것인가를 결정해서 세우면 된다.
그런데 육사는 배제된 채, 이전 정권에서 세우기를 원했고 자신들이 선정한 인물들의 상을 세웠다. 자신들은 이전 정권에서 세워놓은 각종 표석을 멋대로 옮겨 놓고, 자신들이 세워놓은 것은 자손만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면 이런 멍청한 일이 또 있겠는가?
더 한심한 것은 이 흉상을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이 흉상을 만들라고 한 어른이 전 국민을 상대로 SNS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흉상들을 만들 때 누구누구를 만들라고 하지 말고 육사생도들이 본받을 만한 분들을 만들라고 했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른들은 무엇을 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만 해주면 된다.
다음 달에 독도의 날이 있다. 독도의 날이 됐든 삼일절이 됐든 기회만 되면 머리띠 매고 일본대사관 앞에 몰려가서 데모하는 어른들이 있다. 지금까지 80년 가까이 흘렀지만, 독도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80년이 흘러도 해결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아버지 때는 뭐하고 이런 어려운 일을 자기들에게 물려주느냐고 후대들이 물으면 지금의 어른들은 뭐라고 답을 할 것인가?
독도박물관장직을 맡은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내 꿈은 일본의 어린이들이 한국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독도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어린이들도 일본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일본 동경의 다케시마 전시관을 구경하게 될 것 아닌가.
한국의 어린이들은 일본의 입장을 이해하고, 일본의 어린이들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이 정도의 판은 어른들이 깔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