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맨발걷기, 제대로 알고 해야하는 이유

등록일 2023-10-29 19:09 게재일 2023-10-30 16면
스크랩버튼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요즘 산과 바다, 공원 등 어딜 가도 맨발로 걷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조례를 만들어 맨발걷기 장소를 조성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면 혈액순환과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고, 운동 효과도 크다는 게 맨발걷기 애호가들의 주장이다. 발바닥이 땅바닥과 접지되면 활성산소를 없앨 수 있고, 병도 이겨낼 수 있다는 동영상과 책도 많다. 하지만 맨발걷기의 효과가 의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수의 전문의나 스포츠과학자들은 건강하거나 운동기능이 뛰어난 사람의 경우 큰 문제가 없겠지만 당뇨병이 있거나 노인의 경우 감염 및 낙상과 부상 등의 위험 요소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맨발로 다니지 않는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가락이 뭉개질 수도 있고, 피부를 자르거나 구멍을 내는 날카로운 것을 밟을 수도 있다. 게다가 맨발걷기는 뼈와 근육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단단한 표면을 맨발로 걸으면 발뿐만 아니라 신체의 나머지 부분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미국의 한 족부 전문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뒤꿈치 또는 아치 통증, 정강이 부목 및 건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행의 생체역학이 적용되어야 이 같은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맨발걷기는 운동의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맨발걷기를 해야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맨발걷기를 하기 전에 준비운동은 필수다. 각 관절을 돌려주고 근육을 늘려주는 체조와 스트레칭 등으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맨발걷기를 할 때는 시선이 중요하다. 땅에는 돌, 유리조각, 가시 등 발바닥에 상처를 줄만한 위험요소가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아무 곳에서나 맨발을 노출시키면 안 되고 전용공원이나 위험요소가 적은 곳에서 해야 한다.

맨발걷기는 지나치게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맨발걷기를 신발을 신고 걸을 때처럼 걷다가는 관절과 인대 및 힘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맨발걷기를 산에서 하면 내려올 때 체중의 5~7배 정도의 하중이 발에 실리게 된다. 이 경우 아킬레스힘줄염이나 족저근막염이 생길 수 있고, 기존의 병증이 악화할 수도 있다. 특히 근골격계 노화가 진행된 노인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무리하게 걸으면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관절염 등 퇴행성 질환이 급속도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맨발걷기 도중 발에 상처가 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작은 상처나 물집도 궤양으로 번질 수 있어 맨발걷기 후에는 상처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발에 진물이 나고 갈라진다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당뇨병 환자는 맨발걷기를 자제하는 게 좋다. 다발신경병증과 같은 신경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부상 위험이 없는 곳에서만 맨발로 걸어야 한다. 관절에 문제가 있거나 발의 정렬이 어긋나면 사전에 정형외과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50대 중년 이상이나 체형의 불균형이 있다면 맨발걷기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 체형의 불균형은 신발을 신든 맨발이든 많이 걸을수록 발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체형 불균형 상태에서는 걸을 때마다 발바닥의 일부분에만 지나친 압력이 가해지게 되어 굳은살이 더 단단해지거나 족저근막염과 같은 발 부위 염증이 생기기 쉽다. 발바닥에는 지방 패드가 있어 발을 보호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지방 패드가 딱딱해지고 얇아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중년 이상의 연령층은 모든 종류의 걷기 운동에서 준비 단계를 거치는 게 안전하다.

특히 노인의 경우 맨발은 낙상 등 부상 위험이 훨씬 크다. 최근 Shoe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765명의 노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집에서 넘어진 것과 하루 종일 신발, 양말을 신었는지 또는 맨발로 다녔는지 여부를 분석했는데, 집에서 넘어진 경우 참가자의 절반 이상(51.9%)이 당시 맨발이거나 양말이나 슬리퍼만 신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낙상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할 때마다 신발을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맨땅에는 수많은 병원균들이 존재하여 십이지장충, 포도상구균 등의 질병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습한 장소에서 맨발로 걷는 것은 무좀과 같은 곰팡이균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맨발걷기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근거가 부족한 면도 많다. 잘못된 맨발걷기는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맨발걷기를 만병통치라고 맹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전문가와 사전 의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유행하는 건강법을 무작정 따라하다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맨발걷기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전문의나 스포츠과학자에 확인한 뒤, 자신의 건강 및 체력 수준에 맞는 걷는 자세와 속도 및 시간을 정하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사포커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