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출항 못한 어선 수두룩<br/>어획량 예년의 5%도 안돼 품귀
경북과 강원도에 있는 동해구 중형트롤 어선 29척이 13개월째 출항도 못한 채 항구에 정박 중이다. 60톤 미만인 중형트롤은 그간 오징어를 주로 잡으며 어황이 좋을 때는 한해에만 척당 30∼50여억 원의 어획고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수년째 동해 바다에 오징어가 자취를 감추면서 지금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가 있다. 특히 유독 올해에는 동해 앞바다에 오징어가 완전히 사라져버려 출항을 한 차례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항에 있는 동해구기선저인망수협 조합원들인 중형트롤 선주들은 대부분 빚더미에 올랐고, 이자 부담 등으로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포항의 한 선주는 “혹시나 해서 올해 5천만 원을 들여 배를 수리하고 선원도 10여명에 대해 4개월 치 월급을 주기로 하고 확보했으나 공염불이 됐다”며 출항을 하지 않아도 올해 가만히 앉아서 2억 원 이상 손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오징어를 못잡아 3억 원 정도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어획량 격감은 배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형 트롤인 이 기선저인망 배는 한때 40∼50여 억 가까운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으나 5년째 오징어를 잡지 못하면서 현재 가격이 10여억 원대로 폭락했지만 그마저도 거래는 끊긴 상태다.
경북도에 따르면 포항과 울릉, 영덕 등 도내에서 2018년까지 연간 5만 톤의 오징어가 어획됐으나 이후 가파르게 격감해 지난해에는 3천여 톤에 그쳤고, 올해는 2천여 톤 어획이 고작이다. 예년의 5%도 되지 않는 양이다. 이로 인해 물 회 원재료인 활어 오징어 한 마리 경매가가 2만 원 선을 웃도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안 잡히면 다른 나라에서라도 어획돼야 할 텐데 외국도 마찬가지”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문제 외에는 설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