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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나들이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12-26 18:06 게재일 2023-12-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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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전 모습. 렘브란트의 판화는 관람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날이 너무 춥다. 이런 날씨에 야외에 오래 머물기에는 큰 용기와 체력이 필요하다. 일단 지나가는 소나기는 피해가자싶어 대구미술관을 찾았다.

대구박물관은 계절마다 찾아갔지만, 미술관은 첫 방문이다. 건물 전면에 렘브란트의 초상이 있는 포스터를 크게 붙여서 미술사에 끼친 그의 영향력이 1층부터 옥상까지 가득하다.


렘브란트는 미술사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지닌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릴 적에 일찍 학교 교육을 그만두고 화가로서 도제 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들을 익힌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공방을 열었고,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그는 자신의 상을 포착하기 위해 두 개의 거울을 사용하여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곤 했고, 자화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극적인 장면에서도 이런 감정들을 전달했다. 그 당시의 비평가들은 이 방법을 전혀 쓸데없는 짓이라고 충고했으나, 후대의 사람들은 이것은 자아에 대한 탐구였을 뿐 아니라 미술에 대한 탐구였다고 평가했다.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밝은 부분이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그 주위와 배경에 어두운 부분이 넓게 배치되어, 마치 어둠 속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것처럼 밝은 부분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비범한 사람들 속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주목하고, 작품에 일상생활을 그렸으며, 종교적인 작품에서조차 이러한 자신만의 특징을 유지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직접 인쇄한 것으로 여겨지는 수많은 에칭들을 제작했다. 그는 평생 회화로 얻은 명성만큼이나 판화로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


대구미술관에서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란 제목으로 그의 판화작품이 내년 3월 17일까지 열린다. 오픈런에 렘브란트 달력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주말엔 줄을 서서 보아야 하니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평일에 방문하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렘브란트의 유명한 ‘야경’을 비롯한 채색화는 한 점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렘브란트가 손수 그리고 찍어낸 에칭 작품이 가득해서 몇 시간이 순삭된다. 그림 크기가 작아서 몸을 그림 앞으로 숙여서 자세히 집중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어울리게 빨간 방과 초록 방으로 나눠진 전시가 판화와 더 잘 어울렸다.


성경에 나오는 장면이 많다. 글을 그림으로 그리면 화가의 상상이 손을 통해 화면에 그 시대의 한 장면으로 살아난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종교가 다른 사람도 알만한 이야기이다. 그 장면이 여러 개다. 다른 작가에 비해 렘브란트는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하려 강아지를 그렸다. 전시장에 가면 그 강아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 바란다. 이 그림을 보며 렘브란트의 유머 감각이 좋았을 거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대구미술관은 관람객에게 아주 융숭한 대접을 한다. 입장료 천 원을 내면 네 개의 전시를 한꺼번에 선물처럼 안긴다. 17세기 화가의 판화를 보고 나면 같은 층에 2023 어미홀 프로젝트 칼 안드레의 조형물이 보인다. 그 사이로 걸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2층으로 가면 23회 이인성 미술상을 받은 작가 윤석남(1939~, 만주) 작가의 작품을 두 개의 관에서 볼 수 있다. 유기 강아지들을 한 방 가득 만들어서, 그 사이를 거닐게 한 것은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다. 강아지들의 눈빛을 보면 누구나 가슴이 아리다. 다음 방에 여성 독립운동가의 그림은 처연하다.


네 번째 전시는 청년 작가 이성경의 작품이다. 시선이 신선하다. 달리는 차에서 본 듯한 풍경이 발을 멈추게 한다. 마지막으로 3층에 ‘몰입’은 시간마다 입장객이 제한되니 미리 신청해 두고 다른 전시를 보는 걸 추천한다. 대구미술관은 자연이 풍부한 곳이다. 지금 공사 중인 건물이 완공되면 또 한 번 들러 봐야겠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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