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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불안 호소, 6년째 기운 채 방치된 폐건물

구경모기자
등록일 2024-01-25 19:41 게재일 2024-01-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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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오피스텔 신축 터파기 중<br/>지반 침하돼 도심 흉물로 전락<br/>건물주-시공사 소송전 계속돼<br/>별다른 대책없이 주민 고통만
포항시 해도동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대형 상가건물이 6년째 기울어진 채 방치, 인근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포항 도심에 지반 침하로 심하게 기울어진 4층짜리 대형 폐건물이 6년째 방치, 인근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 폐건물은 건물주의 자금난과 소송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히면서 향후 오랜기간 방치될 것으로 보여 지역의 우려가 크다.


23일 오전 포항시 남구 해도동 포항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4층 연건평 1160㎡(350평) 규모 상가건물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가운데 슬럼화 돼 있다.


건물의 4층 모든 공간은 수년째 비워져 있고 입구 주변은 지반이 침하 되면서 인접한 인도 보도블럭은 엉망이다. 건물 외벽 곳곳에는 크고 작은 금이 가 있고 천장 상당 부분도 내려 앉으면서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이 폐건물 앞은 유동인구가 많은 마트와 다세대 주택 연결 통로여서, 외벽 타일이나 간판 등이 파손돼 떨어질 경우 인명사고 우려가 높다.


건물 주변에는 펜스 이외 안전시설이 없는데다 펜스 사이에는 악취가 심한 쓰레기로 가득 차 있어, 인근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 폐건물에는, 지난 2018년 인접한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시작된지 얼마 뒤 문제가 발생했다.


주상복합건물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 지하수가 대량 유출되면서 지반이 침하, 이와함께 폐건물도 심하게 기울어진 것. 지반과 함께 침하된 인접 인도와 도로는 2개월 만에 복구됐으나 이 폐건물은 그대로 방치됐다.


사고 당시 건물주 측은 당시 주상복합건물 시공사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 다음해 법원의 “시공사는 피해를 보상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시공사가 이에 불복, 항소하면서 지금까지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도동 주민 A(64)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이 더 많이 기울어지는 것 같아 근처를 지날 때마다 건물 붕괴에 대한 공포가 생긴다”면서 “조속한 철거나 안전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행정기관들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정부가 ‘공사 중단 장기방치건축물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했으나 집행예산과 실행절차 등의 문제로, 지자체들은 사실상 관련 행정절차를 집행할 수 없다.


포항시는 “소송에서 책임소재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아 행정기관이 나설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조만간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 관계자는 “장기 방치 건축물은 민사상의 문제가 많아 경북도가 특별법에 의거, 폐건물을 철거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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