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미리보는 판세 - 포항남·울릉 여론조사
4월 10일 실시되는 22대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 3년의 국정 동력을 살려갈 지, 의회 권력을 민주당이 쥐게 될지 여부가 갈리게 된다. 예비후보들도 저마다 분주하다. 각자 사활을 걸고 뛰기 시작하면서 총선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각 예비후보들은 조만간 다가올 설 연휴 민심을 어떻게 잡을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설 민심이 ‘4월 총선 판세를 미리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북매일신문은 포항MBC와 함께, 포항MBC 가청권 지역을 대상으로 설 전 민심 동향이 어떠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울진, 영덕은 아직 선거구 확정이 안 돼 제외했으며 조사된 곳은 포항남·울릉, 포항북, 경주 순으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불안한 1위 김병욱 의원에 8명 도전장… 고교 동문간 대결도 치열
국힘 60.0%·민주 18.7% 지지… 尹대통령 국정운영 55.4% 긍정적
민주당 김상헌·유성찬 양자대결 눈길… 민심잡기·공천 경쟁 사활
포항남·울릉은 지난 국민의힘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부침이 많았다. 현역인 박명재 의원이 컷오프 되는가 하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영입했던 인사가 내정됐다가 뒤바뀌는 등 혼돈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출발 당시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김병욱 후보가 공천을 받는 저력을 발휘, 금배지를 달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21대 총선 당시 보다 구도가 더 복잡하다. 국민의힘 예비후보(김병욱 의원 포함)만 9명에 달할 정도다. 김병욱 의원이 초선인데다 청년층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다. 도전자들은 그만큼 현역인 김병욱 의원을 약체로 판단하고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비후보가 많다보니 경쟁자들의 약점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등 선거 분위기도 혼탁해지며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이번 조사결과를 볼 때 아직 우뚝 선 선두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이 거의 엇비슷한 테두리 안에 속해 있어 언제든지 상황이 뒤바뀔 수도 있는 형국이다. 살얼음 판 구도에서 특이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고교 동문 간 대결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고를 졸업한 김병욱 의원과 박승호 전 포항시장만 지지 세력이 겹칠 뿐 나머지 후보들은 포항제철고·오천고·포항수산고·대동고 등 각기 다른 학교를 졸업했기에 각 모교 동창회가 선거판에 적극 뛰어들었다.
◇불안한 1위 김병욱, 추격하는 후보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선 김병욱 의원이 21.9%를 받아 다른 예비후보들보다는 조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상휘 전 춘추관장 12.2%, 최용규 전 부장검사 10.7%, 박승호 전 포항시장 7.9%, 문충운 전 윤석열 대통령후보 지역혁신운동본부장 6.9%, 최병욱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자문위원 4.6%, 김순견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 4.3%, 이병훈 전 대통령실 행정관 3.2%, 진형혜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2.5%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김 의원(28.6%)이 이 전 춘추관장(16.3%), 최용규 전 부장검사(14.3%) 등을 따돌리며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조사결과만 놓고 보면 김 의원은 다소 불안한 1위다. 도전자가 많은 탓에 지지율이 분산된 측면도 있지만 현역의원 지지율이 20%대 초반이라는 것은 긴장감을 높이기 충분하다.
의정평가 활동 역시 부정평가(44.2%)가 긍정평가(42.5%)보다 조금 앞섰고,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60%)와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55.4%)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조사된 점도 부담이다.
나아가 국민의힘 경선룰에서 탈당 경력자에게는 경선 시 감점이 주어지는데, 과거 탈당 이력이 있는 김 의원에게 페널티가 적용된다면 큰 마이너스다. 일단 김 의원 측에서는 탈당 등에 대한 모든 의혹이 해소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적용 판단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몫이어서 어떤 판단을 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이강덕 포항시장과 관계가 밀접한 부분은 강점으로 꼽힌다. 김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포항시장 공천과정에서 이 시장이 컷오프되자, 이 시장을 적극 지지하며 살려내는데 일조 했다.
종전에 출마했던 포항 북구를 접고 남구로 선회한 이상휘 전 춘추관장은 12.2%를 기록, 순조롭게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선대위 비서실 기획실장을 맡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무 2팀장을 맡은 이력을 내세우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가난한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일용직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는 등 ‘인간 승리의 미담’은 지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지지도가 오르자 최근 일각에서 이 전 춘추관장 부부 소유인 충북 진천의 ‘이월서가’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비토세력 또한 점차 커지고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심거리다.
최용규 전 부장검사는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10.7%의 지지를 얻어 선전했다. ‘울릉’ 출신이다 보니 포항에 많이 살고 있는 울릉 향우회원들이 적극 힘을 보태고 있고 포항 대동고 동문회도 “국회의원을 한 번 배출하자”며 외연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 동문들도 서울법대를 졸업한 그를 적극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임할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근무한 인연도 있다. 첫 도전에서 의미 있는 지지세를 확보, 향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래서인지 경쟁후보들 사이에서는 최근들어 최 전 부장검사를 두고 이른바 ‘문빠(문재인 정권 사람)’가 아니냐는 등의 견제구를 날리며 날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선거판을 지켜보고 있던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뛰어들자마자 7.9%를 얻어 기반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남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3위로 낙선한 바 있다. 시장을 두 번 역임하고 국회의원 선거도 한 번 치렀기 때문에 인지도 면에서는 현역 의원에게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 지금 출마 예비후보들로서는 포항을 이끌기 어렵다고 판단, 재도전을 하게 됐다고 한다. 다만 과거 국민의힘 공천에 반발해 여러 차례 무소속으로 출마한 탓에 탈당 경력자에 대한 감점 등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포항남·울릉 선거에 국민의힘 최종 2명의 후보까지 올랐다가 김병욱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문충운 전 본부장은 6.9%를 기록했다. 지난해 시장 선거에도 나서는 등 활동 폭이 점차 넓어지면서 이제는 지역에서 인지도와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20만 평 규모의 연일실리콘밸리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전문가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문충도 포항상의 회장이 그의 형이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 등을 역임했다.
국토교통부 노조위원장을 지낸 최병욱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자문위원은 4.6%의 지지율을 보였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지는 최 위원은 국회와 중앙정부에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본격적인 총선 시즌이 시작되면서 인지도 올리기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노조 출신으로 중앙당이 필요로 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순견 전 경북도 부지사는 4.3%의 지지율을 받았다. 지역에서 경북도의원부터 시장, 국회의원 출마 등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해 왔다. 한때 당협위원장을 맡으며 고지 달성을 눈앞에 두기도 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번에는 지난 총선에서의 컷오프를 만회하겠다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4년 전 선거 당시 여론조사에선 15% 내외의 지지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젊은 피’로 평가받는 이병훈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3.2%를 얻었다. 제20대 대선 윤석열 후보 청년정무특보를 지낸 그는 ‘청년’답게 혁신 콘셉트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지역 정가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포항남·울릉 출사표를 던진 진형혜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은 2.5%의 지지율을 확보, 향후 탄력이 붙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출마기자회견을 하며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1등 도시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포항의 명문 학교인 포항제철고 동창회가 똘똘 뭉치다시피하며 적극 밀고 있다.
◇민주당 후보 놓고 김상헌, 유성찬 경합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드물게 민주당 후보들이 당내 공천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당 포항남·울릉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김상헌 전 지역위원장(18.1%)이 유성찬 전 포항시장 후보(14.5%)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단일화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 포항남·울릉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켜 보겠다는 계획이다. 김 전 지역위원장은 경북도의원 출신으로 선거철에 지역을 찾고 이용하는 보수 정치 심판론을 앞세우고 있다. 지속가능사회연구소장인 유 예비후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 지역순환경제 포항센터 설립 등 공약을 내놓으며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 자유통일당에서 박판석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해 지난 25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유통일당 포항남·울릉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예비후보는 포항 자유애국시민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해군에서 34년 근무한 해군 원사 출신이다.
조사개요
이번 조사는 경북매일신문과 포항MBC가 공동으로 (주)에브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양일간에 걸쳐 포항남·울릉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4.7%다.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표본 2만9천649명 (SKT : 1만7천701명, KT : 8천979명, LGU+ : 2천969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형남·고세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