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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역

등록일 2024-04-11 19:17 게재일 2024-04-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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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명춘

길 잃은 강아지와

굽은 허릴 이끌고

꼭두새벽부터 나와 서성이는 노인과

풀씨를 쪼아대는 참새들이

한 줄로 서 있다

문득, 산모퉁이를 돌아

기차 바퀴 소리가 들려오자

동시에 그곳을 향해

휙 고개가 돌아간다

 

우린 때로 그리움으로 하나가 된다

이젠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 시골역. 버려진 역 앞에 버려진 이들이 보인다. “길 잃은 강아지”와 굽은 허리로 새벽부터 나와 서성이는 노인.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역이기에 참새들은 이제 “풀씨를 쪼아”댈 뿐이다. 하나 이들 모두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역을 지나쳐버리는 기차의 “바퀴 소리”에, 이들이 “그리움으로 하나가” 되어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동시에’ ‘휙’ 돌리는 것을 보면.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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