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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세월이 흘렀건만!…

등록일 2024-04-14 19:38 게재일 2024-04-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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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유구하되 무상(無常)한 것이 자연이니 10년 세월에 변화가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처럼 과학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10년은 참으로 장구(長久)한 세월처럼 느껴진다.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이 불러온 변화를 생각할라치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경천동지도 유만부동 아닌가?!

내일이면 2024년 4월 16일이다. 그렇다!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많은 사람은 잊고 살아왔겠으나, 참사의 희생양이 된 가족을 둔 분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특히 단원고교 2학년생 250명 부모님이 그러하리라. 만일 그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올해 28세 나이의 꽃다운 청춘남녀로 성장했을 것이다.

나는 내일도 조기(弔旗)를 걸어 그날 희생된 310명의 영령을 위로할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고 답답하다. 다른 한편으로 돌이키면 2009년 일어난 ‘용산 참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재작년인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죽고, 195명이 다쳤다. 이 무슨 참괴(慙愧)한 일인가?!

2차 대전 끝나고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쟁취한 유일한 국가로 자부하던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연이어 터져 나온 대형사고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리한 공권력 남용으로 죽어야 했던 철거민들과 진도 팽목항 인근 해역에서 차가운 바닷물에 수장(水葬)되어야 했던 어린 고교생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린다.

그런 안타까운 죽음도 모자라서 다시 수백 명이 죽고 상하는 이태원 참사가 이어지는 재난 공화국이라니! 만일 우리가 사람의 생명을 가장 존귀하고 고귀한 대상으로 여긴다면, 이런 참사는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참사가 일어나면 잠시 경각심을 가지도록 인도하는 행사가 열리지만, 우리는 시간과 더불어 참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역사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 오직 그것이 아닐까 하는 참담한 생각마저 든다. 인간은 성공한 사례와 경험에서 배우는 것보다 실패한 사람과 이야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 마련이다. 우리가 위인전을 읽는 까닭은 그들이 숱한 패배와 좌절을 어떻게 극복하고 부도옹(不倒翁)처럼 일어설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많은 돈과 넓은 평수의 아파트와 주식과 코인과 땅에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다. 차고 넘치는 재화와 풍요의 물결 속에서 허우적대며 욕망의 노예로 살아간다. 조상들이 대대로 물려준 고귀한 영성(靈性)은 내팽개치고 저급한 물성(物性)의 하수인이 되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쳇바퀴를 열렬하게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참다운 반성과 처절한 자기 혁신 그리고 따뜻한 미래기획과 젊은 세대를 위한 장쾌한 일정 마련이 시급하다. 이 나라 젊은이들을 더는 사지(死地)로 몰지 말고 그들에게 빛과 꿈과 웃음을 선사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나이 든 자들의 몫이라는 뼈아픈 인식이 새삼스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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