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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집단폐사·실종 3년째, 경북 양봉농가 피해 막심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4-05-12 20:35 게재일 2024-05-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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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흥해읍·기계면 등 양봉농가 300곳 3만 봉군 중 56.6% 폐사<br/>벌꿀 값 두배 급등·과수농가까지 영향, 정부의 실질적 지원 절실
포항 등 경북지역의 양봉농가에서 집단 폐사한 꿀벌들. /이시라기자

경북지역에서 3년째 기후변화 자연재해로 보이는 꿀벌 집단 폐사·실종이 계속되면서 양봉 농가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꿀법 집단폐사·실종은 과수에도 큰 피해를 주면서 올해 과실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양봉협회 포항지부의 ‘2024년도 봉군(꿀벌 떼) 소멸피해 현황’에 따르면 북구 흥해읍과 기계·기북·신광면 일대 양봉농가 300곳 3만 봉군 가운데 무려 56.6%, 2만3천 봉군이 꿀벌이 집단 폐사하거나 실종 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봉군 한곳에 꿀벌 1만5000∼2만마리가 활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4억6000마리가 폐사하거나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통계 수치에 포함되지 않은 30봉분 이하 지역 소규모 양봉농가 100여곳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제주도에서 시작된 꿀벌 집단폐사·실종은 순식간에 경북, 경기, 충청, 전라지역 까지 번졌다. 포항지역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꿀벌의 집단폐사 등이 장기화 되면서 최근 지역의 벌꿀 2.4kg 한 통 가격도 3만원에서 6∼8만원까지 2배 이상 급등했다.


꿀벌 집단폐사 등은 양봉산업에만 그 피해가 한정 되지 않고 있다. 꿀벌의 화분 매개체 역할은 과실이 열리게 할 뿐 아니라 자연생태계 유지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때문에 꿀벌 집단 폐사 등은 꿀벌 꽃가루받이에 의존했던 과수농가에도 직격탄이 됐다. 이로 인해 과수 생산량과 품질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올해 과실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꿀벌 집단폐사 등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양봉업계는‘지구 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와 ‘꿀벌 진드기로 알려진 ‘응애’의 적기 방제 미흡’으로 추정하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서, 동면에 들어 가야할 꿀벌들이 채집 활동에 나섰다가 얼어 죽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또 ‘꿀벌응애류는 애벌레와 성충, 번데기에 직접 피해를 줄뿐 아니라 각종 질병과 바이러스를 옮기는데, 꿀벌은 다른 종과 달리 백신이 없는 점’도 폐사율 증가 원인으로 짐작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포항지부는 “지난해 8월 비가 많이 내려, 응애 방제약품을 제대로 살포하지 못했다”면서 “포항의 경우 최근 산림 곳곳에 번진 소나무재선충병을 방제하기 위해 뿌린 농약들이, 꿀벌 집단 폐사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피해가 커지자, 지역 양봉농가들은 정부 보조금 지원 등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포항지부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꿀벌 집단 폐사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존폐 위기에 처한 대부분 양봉농가들은, 정부 지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포항시는 “올해 경북도는 꿀벌 화분과 벌통 지원 사업을, 포항시는 추경 예산 2억2000만원(자부담 포함)으로 보조사료를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양봉농가 피해를 정확히 파악한 후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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