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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9000만원 반환”… 할인분양 갈등 해소 촉매제 될까

김영태기자
등록일 2024-05-26 18:15 게재일 2024-05-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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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무덤’ 대구에 이목집중<br/>시지라온프라이빗 입주민들 건설사와 분양대금 반환 합의 완료<br/>타 아파트 ‘계약조건 소급적용’ 분쟁 진행 상황에 영향 미칠 지 관심

전국 최고의 미분양을 기록 중인 대구 미분양 아파트 중 건설사가 계약자에게 분양대금을 반환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26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라온프라이빗 입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시행사와 시공사를 만나 내년 8월까지 가구당 9000만원의 분양 대금을 반환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비대위는 합의 이후 아파트 정문에 ‘가압류된 분쟁 중인 아파트입니다’라고 내건 현수막을 ‘원만한 합의 완료’로 교체했다.

이같은 상황은 207가구 규모인 시지라온프라이빗 아파트의 초기 계약자가 2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분양되면서 시작됐다.

이 아파트 시행사는 지난 2022년 6월 30일부터 이른바 악성에 속하는 미분양 아파트를 특별분양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의 특별분양 조건은 입주지원금 가구당 7000만원 제공 및 중도금 무이자, 잔금 납부 유예, 700만원 상당의 시스템 에어컨 4대 무상 시공 등 최대 8500만원의 할인혜택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할인 분양을 진행 중인 다른 아파트 역시 시행사와 기존 수분양자 간의 분쟁은 진행형이다.

동구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시행사인 호반산업은 5년뒤 잔금 납부와 최대 9000만원 할인 등의 조건으로 저조한 계약률을 높이려고 했으나, 입주민들의 반발로 진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입주민은 서울에 있는 시행사로 ‘상경 트럭 시위’를 벌인 것은 물론이고 아파트 출입구를 차로 가로막기도 했다.

또 다른 미분양 아파트인 수성구 ‘빌리브헤리티지’는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전체 146가구인데도 분양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분양가보다 3∼4억원 낮게 거래가 이뤄지면서 기존 입주자들이 현수막과 철조망을 치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계약 조건이 변경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같은 조건으로 변경해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시행사 측에 대금의 일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준공후 미분양은 특히 악성 미분양에 속해 시행사와 시공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할인분양에 나서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이 과정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기존 계약자와 업체 간 갈등을 빚는 사례는 부동산 경기침체때마다 목격되는 현상에 속한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올 3월 말 기준 9814가구로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악성’에 속하는 준공 후 미분양은 3월 기준 1306가구로 지난 2월의 1085가구보다 221가구 증가하는 등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지고 있다.

또 대구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전국 6만4964가구 미분양의 15.1%를 차지해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앞으로 ‘미분양 무덤’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행사와 시공사의 할인분양에서 불거진 갈등을 해소시키는 촉매제가 될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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