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선택적 침묵’모드에 접어들어 여권내 다른 당권주자와는 대조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됐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정부의 직구규제에 대해 비판한 이후 여권과 국민 여론이 엇갈리는 예민한 이슈인 채상병 특검법과 연금개혁 등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데 대해 다양한 해석까지 등장하고 있다.
28일 여권에 따르면 최근 한 전 위원장의 침묵 행보는 여권의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대구시장, 윤상현 의원,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 등을 중심으로 연일 채상병 특검법과 연금개혁안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잠룡군에 속하는 이들 중 홍준표 대구시장, 윤상현 의원, 나경원 당선인 등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특검법을 반대하고 있다.
홍 시장은 ‘찬성’ 의사를 밝힌 당내 의원을 향해 “몽니 부리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가장 격한 행보를 걷고 있다.
연금개혁안에 대해서도 윤 의원과 나 당선인은 여야가 합의한 모수개혁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다.
다만, 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홍 시장은 연금개혁안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한 위원장은 해외직구 규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침묵 모드인 것에 다양한 견해가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여권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한 전 위원장이 민심과 당심, 친윤과 비윤이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쟁점 이슈에 대해 침묵으로 관망하고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같은 한 전 위원장의 선택적 침묵 행보는 전당대회 출마와도 연계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인 전당대회 시즌을 앞두고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이른바 예민한 현안을 피해가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일 정치 전면에 등장할 경우 입장표명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나경원 당선인이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제가 그 입장이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며 “리스크가 너무 높은 반면 특별히 얻을 건 없는 자리”라고 제언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인해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압박도 서서히 올라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특정인의 출마 여부가 너무 쟁점화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쏠린 관심에 부정적 입장을 시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도 이날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평생 수사에 종사해 왔던 법률가로서도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건 결국,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윤심과 민심 사이에서 줄타기하려는 모습이 아닌가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